이석연·박원순, 시민사회 쌍두마차 공식 출사표
90년대 이후 시민운동 양축盧정부때부터 엇갈린 행보
시장후보 극명한 대척점에
여·야권 최종 단일후보땐
입당·무소속 여부 관심사
시민사회 진영의 ‘탈(脫)정당’ 정치실험이 본격 시작됐다.
보수ㆍ진보 진영의 시민단체들로부터 각각 단독후보로 추대된 이석연 전 법제처장과 박원순 변호사가 21일 한 달여 앞으로 다가온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대한 공식 출사표를 던졌다.
이 전 처장은 이날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보수진영 시민사회후보로의 출마를 선언했다. 박세일 선진통일연합 상임의장을 추대인 대표로 한 200여명의 시민사회진영 대표가 후보 추대식을 갖고 이 변호사가 수락하는 식순을 치렀다.
박 상임의장은 추대 선언문을 통해 “이석연 변호사가 서울시장이 되어 복지포퓰리즘에 휘둘리는 서울시정을 바로잡고 대한민국 선진화와 통일의 초석을 마련하는 데 매진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박원순 변호사도 같은 시각 진보진영 시민사회단체들이 대거 참석한 가운데 서울 효창동 백범 기념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범야권 통합후보를 기치로 내걸고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박 변호사는 “지난 10년은 도시를 위해 사람을 잃어버린 10년이었다”며 “서울시민이 원하는 새로운 서울을 만들겠다”고 출사표를 던졌다.
변호사 출신인 두 사람은 1990년대부터 한국 시민단체의 ‘양대 축’이라 불리는 경실련과 참여연대에서 각각 활동을 벌여 나가며 ‘시민운동의 라이벌’로 평가받아왔다. 시민운동이 정상궤도에 오른 노무현 정부 이후 둘은 각각 보수와 진보의 색채를 분명히 하기 시작하면서 본격적으로 다른 괘적을 그리기 시작했다. 이후 최근 ‘안철수 돌풍’을 힘입어 이제는 두 사람이 양 시민진영을 대표하는 서울시장 후보로 극명한 대척점에 서게 됐다.
하지만 두 후보는 기존 정당정치에 새 바람을 일으킬 수 있느냐 여부를 두고 시험대에 올랐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또 만일 두 사람이 각 진영의 최종 단일후보로 선정될 경우 기성 정당으로 편입할 것인가에 대한 과제도 같다. 현재 두 후보는 입당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는 상태다.
이 전 처장 측인 이헌 변호사는 21일 “이 전 처장이 여권의 단일후보가 돼 한나라당에 입당하는 것도 불가능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 변호사도 야권의 단일후보로 선출될 경우 민주당으로의 입당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는 입장을 거듭 밝히고 있다. 그러나 이들의 ‘무소속 완주’ 가능성도 전혀 배제할 수 없다.
검정고시 출신인 이 전 처장은 전남대 법학과를 졸업, 행정고시(23회)와 사법고시(27회)에 합격한 ‘노력파’다. 전북 정읍 태생인 이 전 처장은 지난해 법제처장에서 물러난 이후 현재 법무법인 서울 대표 변호사로 있다.
‘KS’(경기고ㆍ서울대) 출신인 박 변호사는 1975년 서울대 법대 1학년 재학시절 유신체제에 항거에 할복한 고(故) 김상진 열사의 추모식에 참여했다는 이유로 투옥, 제적됐다. 이후 단국대 사학과로 적을 옮긴 박 변호사는 사법고시(22)에 합격, 대구지검 검사로 1년여 근무하다 옷을 벗고 인권변호사로 변신했다.
서경원 기자/gil@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