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한 토지임대부주택 재조명
지난해 ‘3기 신도시’ 도입 필요성 강조
지난 2007~2011년 정책실패 사례 부담
[헤럴드경제=양영경 기자] 차기 국토교통부 장관에 변창흠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장이 내정되면서 그가 오랜 기간 필요성을 강조한 ‘공공자가주택’ 도입이 현실화할 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분양가를 획기적으로 낮추면서 ‘로또 청약’ 논란도 잠재울 수 있는 토지임대부·환매조건부 주택 등이 그 대상이다. 시장에선 지난 실패 사례를 보완한 ‘변창흠식’ 방안이 나올 것이란 기대도 있는 반면, 시세차익이 상당 부분 회수되는 만큼 수요층이 꺼릴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가 8일 오전 정부과천청사 서울지방국토관리청에 마련된 청문회 준비 사무실에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
변 후보자는 세종대 교수로 재직하던 2006년 논문을 통해 주택을 낮은 가격에 안정적으로 공급하기 위해 토지임대부 주택과 환매조건부 주택 등 ‘공공자가주택’ 도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토지임대부는 토지 소유권을 LH 등에 남겨두고 건물만 팔아 분양가를 획기적으로 낮추는 방식, 환매조건부는 주택을 매각할 때 LH 등에게 정해진 가격에 되팔게 하는 방식을 말한다.
변 후보자는 LH 사장을 지내면서도 이런 주택을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었다. 집값 급등과 고분양가 억제 정책이 맞물려 로또 청약 논란이 계속되는 가운데 분양가를 낮추면서도 수분양자가 막대한 시세차익을 챙기는 현상을 막기 위해 필요한 방안이라는 것이다.
그는 도입 가능 지역으로 3기 신도시를 꼽기도 했었다. 때문에 현재 지구계획 수립 막바지 단계로 토지보상을 앞둔 경기 남양주 왕숙, 하남 교산, 인천 계양 등에서 이런 주택이 등장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2012년 11월 강남의 보금자리주택 중 일부를 토지임대부 형태로 분양한 서울 강남구 자곡동 ‘LH강남브리즈힐’. 현재 시세는 분양가의 최대 7.1배까지 올랐다. [LH강남브리즈힐 홈페이지] |
하지만, 토지임대부와 환매조건부 주택은 과거 추진됐으나 성공하지 못한 정책이라는 부담도 있다. 지난 2007년 경기 군포 부곡지구에 환매조건부(415가구)와 토지임대부 주택(389가구)이 공급됐는데, 미계약 물량이 743가구에 달했다. 기반시설이 부족한 외곽지역인 데다가 토지임대료가 42만5000원(전용 84㎡ 기준)에 달해 호응을 얻지 못한 것이다. 변 후보자는 지난해 기자간담회에서 “당시 성공하진 못했으나 시범사업을 판교에서 했으면 대박이 났을 것”이라는 견해를 밝히기도 했었다.
지난 2011년, 2012년에는 각각 서울 서초·강남 보금자리주택의 일부를 토지임대부 방식으로 분양했었다. 서초구 우면동 ‘LH서초5단지’, 강남구 자곡동 ‘LH강남브리즈힐’이 그 사례다. 분양가는 전용 84㎡ 기준으로 시세의 4분의 1 수준인 2억원 초반대이며 토지임대료는 35만원이었다. 분양 당시에는 토지 소유권이 없어 선호도가 낮았지만, 전매제한 5년이 끝난 후 7~8억원대였던 집값은 현재 12~13억원대로 올라섰다. 분양가의 최대 7.1배로 상승해 로또 분양 논란을 피해가지 못한 것이다.
변 후보자는 지난 7일 ‘토지임대부와 환매조건부 주택 공급을 확대할 것이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아직 구체적인 정책에 대해 입장이 정해진 것은 아니다”라며 “보고를 받고 청문회를 통해 여러 검증을 받은 뒤 구체적으로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다”고 밝혔다.
토지임대부와 환매조건부를 동시에 가져가야 한다는 변 후보자의 주장에는 점차 힘이 실리는 모양새다. 최근 토지임대부 주택의 전매제한기간을 30년으로 하고 이를 LH가 매입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은 주택법 개정안이 국회 국토교통위원회를 통과해 관련 입법도 급물살을 타고 있다.
다만 수요자의 선호나 재원 마련 등에 대해서는 여전히 풀어야 할 과제가 많다는 지적도 나온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시세차익 기대가 현저히 낮아진 환매조건부 주택은 선호가 덜할 것”이라며 “그나마 호응을 얻으려면 입지가 확실한 곳이어야 하는데, 땅도 싸게 사고 건물도 싸게 지어서 공급해야 하는 현실적인 문제들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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