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부에 흡수된다는 해외 연구도 나와
불판 자주 교환하거나 직화 대신 프라이팬 사용
-채소와 함께 섭취, 찜 조리방법이 더 건강
[헤럴드경제=육성연 기자] 탄 고기를 먹으면 암에 걸린다는 이야기는 누구나 한 번쯤 들어봤을게다. 하지만, 고기를 구울 때 발생하는 유해물질은 직접 섭취 외에도 연기 흡입이나 피부로도 흡수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탄 고기를 먹지 말라는 우리의 믿음은 맞는 얘기다. 대한암예방학회가 지난 2017년 발표한 ‘한국인 맞춤형 위암 예방 건강수칙’에 따르면 위암 예방을 위해 줄여야 할 식품으로 ‘가공·훈제식품, 알코올’ 과 더불어 ‘불에 태운 고기’가 포함돼 있다.
고기를 구울때 나오는 유해물질은 그리 단순하지가 않다. 지방과 탄수화물, 단백질이 분해되면서 다양한 화학물질이 발생되는데, 고온의 불꽃에서 직접 고기가 닿으면 발암성 물질과 유해물질이 나온다. 미국 국립암연구소(National Cancer Institute)도 그릴에서 높은 온도로 고기를 조리할 경우 암에 걸릴 위험성이 높아진다고 밝힌 바 있다.
그 중에서도 벤조피렌은 악명이 높다. 이미 세계보건기구(WHO) 산하의 국제암연구소(IRAC)에서 1군 발암물질로 지정됐다. 직화구이시 생성되므로 탄 부분을 떼어버려도 남은 고기에 묻어있거나 피어오르는 연기를 통해 노출될 수 있다. 벤조피렌은 PAHs(다환방향족탄화수소)의 일종으로, 이는 담배연기나 자동차 매연에도 들어있는 유해물질이다.
그렇다면 바비큐 파티를 하는 동안 고기를 먹지 않은 사람은 괜찮을까. 피부를 통해 침투한 연기속 유해물질은 코를 통한 흡입보다 더 위험하다는 연구가 발표된 바 있다. ‘환경과학과 기술학회지’ (Environmental Science & Technology, 2018)에 실린 중국 지난대학교 연구팀에 따르면 바비큐 조리 공간에 있던 이들을 대상으로 소변검사를 실시한 결과, PAHs 노출이 가장 큰 그룹은 예상대로 바비큐 고기를 먹은 사람들이었다. 하지만 2위와 3위의 결과는 예상과 달랐다. 그 다음으로 노출이 컸던 경로는 코를 통한 연기 흡입이 아닌, 피부 흡입이었다. 연구팀은 “바비큐 고기를 전혀 먹지 않았어도 고농도의 PAHs가 피부를 통해 들어올 수 있다”고 지적하면서 “바비큐 파티가 끝나는 즉시 옷을 세탁하는 것이 좋다”고 권했다.
최근에는 PAHs가 당뇨병의 위험을 높일 수 있다는 연구도 발표됐다. 지난 1월 대한가정의학회지에 소개된 건국대병원 가정의학과 연구팀에 따르면 PAHs 노출 정도가 높을수록 인슐린 저항성이 높게 나타났다.
가장 좋은 방법은 고온 조리의 육류 섭취를 줄이는 것이지만 고기를 포기할 수 없다면 직화구이를 포기하는 것이 최선이다. 두꺼운 불판이나 프라이팬의 사용이 벤조피렌 생성량을 줄일 수 있으며, 이보다는 찜을 통해 먹는 방법이 좋다. 식품의약품안전처 조사결과, 붉은 고기를 구웠을 때 벤조피렌 양은 0.13~0.77나노그램(ng/g)이지만, 삶았을 때는 0.1ng/g 이하로 줄어든다.
그래도 가끔 직화구이를 먹게 된다면 불판을 자주 교환해주고, 탄 부분은 먹지 않는게 좋다. 또한 육즙이 숯불로 떨어지면 유해 연기가 더 많이 생성되므로 최대한 육즙이 떨어지지 않도록 하며, 연기를 많이 마시지 않도록 신경써야 한다. 벤조피렌의 독성을 낮추려면 상추나 미나리, 양파, 마늘 등의 채소와 함께 먹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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