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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3데이에 삼겹살 먹어야 할까[식탐]
3·3데이 시작은 정부의 캠페인
가격 급락에 돼지농가 돕기 일환

수출 원활·높은 가격수준…취지 사라져
비타민·미네랄 함유…면역력 증진에 ‘굿’
한 대형마트의 축산 매대 모습. [연합]

[헤럴드경제=신소연 기자]2월 말에서 3월 초로 넘어가는 이 시기에 반드시 생각나는 음식이 있다. 사랑하는 연인이 있다면 화이트데이(14일)를 생각해 달콤 쌉싸름한 초콜릿을 떠올리겠지만, 사실 그 주인공은 이런 로맨틱한 분위기와 전혀 어울리지 않은 ‘삼겹살’이다. 두께 1.5cm 내외의 두툼한 삼겹살을 연탄불에 ‘치익’ 소리 날때 올려 구운 후 멜젓 소스에 찍어 먹는 맛이란. 소주 한 잔이 절로 생각날 정도다.

특히나 요즘 삼겹살이 더 생각나는 이유는 ‘삼(3)’이 두번 겹치는 3월3일을 ‘삼겹살 데이’라고 부르며 백화점·마트부터 동네 수퍼에 이르기까지 삼겹살 행사를 요란하게 하기 때문이다. 삼겹살을 선호하지 않은 사람들까지도 “오늘 저녁은 삼겹살로 먹어야 하나”며 고민할 정도니 말이다. 그렇다면 3·3데이엔 삼겹살을 꼭 먹어야 할까.

3·3데이의 시작은 정부의 소비촉진 캠페인
[사진제공=이마트]

3·3데이의 시작은 지난 2003년로 거슬러 올라간다. 파주연천축협의 한 조합원이 그해 2월 말 축협 담당자에게 삼겹살 소비 촉진을 위해 삼겹살데이를 제안한 것에서 비롯됐다는 설이 있다.

한 초등학교 학생들이 선생님과 함께 삼겹살을 구워 먹었는데, 학생 중 한 명이 “숫자 ‘3’이 ‘겹’치는 날 삽겹살을 먹으니 더 맛있다”라고 말한 게 3월 3일을 삼겹살 먹는날로 만들자는 제안의 시작이라는 설명이다. 당시 농협중앙회와 농림부가 이런 내용을 알고 전국 행사로 추진하려 했지만, 시간이 촉박했던 관계로 파주축협에서만 ‘3·3데이’ 행사를 열었다. 파주만의 축제였던 3·3데이는 다음해인 2004년부터 정부 주도의 전국적인 행사로 커졌다.

당시 3·3데이가 국민적 호응을 받으며 전국 단위의 비공식(?) 기념일이 될 수 있었던 것은 지난 2000~2002년에 발생한 구제역 파동의 영향이 컸다. 당시 돼지 농가들은 수출길이 막힌데다 내수 판매 역시 지지부진하면서 돼지를 키울수록 손해가 커지는 악순환을 겪었다. 이에 정부는 돼지고기 소비 촉진을 위해 앞장서서 3·3데이 행사를 열었고, 전국 유통업체들이 대대적인 할인 행사로 가세하며 판이 커졌다.

서울 경동시장에서 한 시민이 돼지고기를 구매하고 있다 [연합뉴스]
돌림병 없고 고깃값 비싼데…3·3데이에 삼겹살 먹어야 하나

3·3데이가 시작된 지 20여년이 지난 지금, ‘아직도 3월 3일에 반드시 삼겹살을 먹어야 할까?’는 의문이 사실 있다. 2000년대 초반과 지금은 상황이 다소 다르기 때문이다. 지난해 겨울 국내에선 구제역이 발생하지 않았고, 잠시 창궐했던 아프리카 돼지열병(ASF)도 4개월째 나타나지 않아 20여년 전처럼 돼지 농가들이 어렵지는 않은 상황이다.

국내 수요도 괜찮은 편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집밥 수요가 늘면서 쇠고기를 비롯한 돼지고기, 닭고기 등 가정 내 육류 소비가 늘었다. 덕분에 돼지고기 가격은 지난해부터 전반적으로 강세를 보였다. 실제로 삼겹살의 소비자 가격은 지난해 7월 1kg당 2만4000원까지 올랐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12.3%나 높은 수준이다. 올해들어 가격이 다소 안정화돼 지난 25일 8개월 여만에 1만원대(1만9943원)로 떨어지긴 했다. 하지만 이 역시 지난해 같은 기간 보다는 17.3% 비싸다.

그럼에도 삼겹살을 꼭 먹어야 할 이유

이처럼 상황이 바뀌었어도 삼겹살을 먹어야 하는 이유는 있다. 우선 돼지고기의 효능 때문이다. 돼지고기에는 면역 기능을 강화하는 필수 성분인 비타민B1과 셀레늄이 육류 중에서 가장 많이 함유되어 있다. 돼지고기에 함유된 단백질은 아연, 철분이 풍부할 뿐 아니라 신체 면역세포의 재료인 필수 아미노산이 다량 포함돼 있기도 하다.

특히 마늘, 양파, 생강 등과 곁들여 먹으면 이들 뿌리 음식에 함유된 알리신이 비타민B1과 결합해 인체 흡수율이 10~20배 더 높아진다. 따라서 신진대사가 더 활발해지고, 피로해소에 도움을 줘 면역력 향상을 기대할 수 있다. 방학 동안 줄곧 집에서 지내다 이제 학교에 가야하는 아이들에게 어쩌면 꼭 필요한 음식인 셈이다.

어른들도 삼겹살은 이맘 때쯤 먹으면 좋은 음식 중 하나다. 삼겹살에 함유된 필수 지방산 비타민F가 뇌 활동의 촉진 뿐아니라 뇌질환 억제를 돕기 때문에 요즘처럼 갑자기 날이 풀리는 시기에 먹으면 뇌 건강에 도움이 된다. 비타민B1과 단백질, 인, 철분, 칼륨 등은 아이들 성장 발육 뿐 아니라 피부 건강에도 효과가 있다. 철분 덕에 빈혈 역시 예방할 수 있다.

가격 측면에도 장점이 있다. 유통업체들이 대대적인 할인행사를 벌여 평소보다 100g당 200~300원 싸게 삼겹살을 구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선 한돈자조금이 한돈몰, 쿠팡, B마트 등 온라인몰을 통해 할인판매를 진행한다. 대형마트 3사(이마트·홈플러스·롯데마트)와 하나로마트 등도 삼겹살과 앞다릿살, 뒷다릿살 등을 기간별로 할인해 판다. 도드람도 인기 부위로 구성된 ‘삼삼데이 꿀조합 세트’를 판매 중이다.

carrier@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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