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가보다 낮은 경락가격에 농가는 울상
돼지고기를 구매하는 시민 [연합] |
[헤럴드경제=박재석 기자]돼지고기의 외식 수요가 줄었다고 하는데도 유독 삼겹살 가격만 고공행진을 해 주목된다. 급식 수요가 줄면서 삼겹살 이외의 다른 부위의 소비가 큰 폭으로 적어진 것이, 되려 삼겹살로 수요가 쏠리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가공 공장 운영을 위해 잘 팔리는 삼겹살에 이윤을 더 붙여 삼겹살 가격 상승을 부채질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삼겹살 가격과는 반대로 전체 돼지고기 경락가격은 생산원가에도 미치지 못하면서 농가 부담은 커지고 있다.
삼겹살 소매가격 [자료제공=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산물유통정보시스템(KAMIS)] |
15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상(aT)의 농산물유통정보시스템(KMAIS)에 따르면, 지난 1월과 2월 삼겹살(국산 냉장, 100g) 가격은 각각 2113원과 2075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1월(1690원)과 2월(1623원)보다 각각 25%, 27% 이상 뛴 것이다. 2018년, 2019년 같은 기간에 비해서도 200~300원 오르며 2018년 이후 최고치를 보였다.
삼겹살 가격이 큰 폭으로 오르고 있는 것은 삼겹살을 제외한 돼지고기 부위 수요가 큰 폭으로 줄어든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학교 급식이나 외식 등을 통해 뒷다리살이나 앞다리살 등 다양한 부위 소비가 늘어나면 삼겹살 가격의 이윤 폭을 키우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학교 급식이 줄면서 다른 부위 수요가 떨어진 데다 삼겹살로 수요가 몰리면서 도매 단가가 올라가는 경향을 보인다는 것이 업계의 설명이다. 이런 상황에서 내식 일상화로 가정에서 구이용으로 먹는 삼겹살 소비가 늘면서 삼겹살 쏠림 현상은 더 심해졌다. 돼지고기를 가공하는 공장에서도 공장 운영을 위해 삼겹살에 더 많은 이윤을 남길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면서 삼겹살 가격이 상승세를 보이는 것이다.
반면 전반적인 돼지고기 가격은 삼겹살 가격과는 반대로 흐르고 있다. 경락가격이 생산 원가에도 미치지 못하면서다. 특히 아프리카돼지열병(ASF) 사태로 뚝 떨어진 경락가격은 지난해 코로나19 사태와 경기 악화 등에 회복세를 보이지 못하고 있어 농가의 부담은 커지고 있다.
실제로 축산물품질평가원 자료를 살펴보면, 지난 1월과 2월 돼지고기 평균 경락가격(제주 제외)은 1㎏당 각각 3585원과 3457원을 기록했다. 이번 달에는 지난 12일까지 평균 3799원을 보였다. 지난해 1월(2866원)과 2월(3137원), 3월(3770원) 보다는 높아졌지만 몇 해 전까지 농가에서 생산원가로 매긴 4200원에는 미치지 못한다. 게다가 최근에는 곡물가격 상승으로 생산 원가가 더 올라 4200원마저 현실성 없다는 지적도 나오는 만큼, 경락가격과 생산원가의 차이는 더 벌어진 것으로 보인다.
한돈자조금관리위원회 관계자는 “삼겹살데이(3월 3일) 즈음 유통업계에서 돼지고기 가공물량을 늘리기 시작하면 산지가격에 상승분이 반영되는데 올해는 반영되지 않았다”며 “경기가 좋지 않아 예측이 어려웠거나 실제로 소비가 많이 일어나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봄이 오면 돼지고기 수요가 많아지는데 아직은 저조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jsp@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