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육성연 기자]대마하면 떠오르는 것이 마약이다. 얼마 전에는 국내에서 대마를 재배하고 마약류를 판매한 일당이 잡히기도 했다. 하지만 대마 시장은 최근 전 세계의 주목을 받으며 들썩이고 있다. 도대체 무슨 일일까.
대마에 들어있는 천연 화합물질 중 테트라하이드로칸나비놀(THC)성분은 환각 작용을 일으키지만 CBD라 불리는 칸나비디올(Cannabidiol)은 좀 다르다. 환각 성분이 없어 마리화나와 구별되며, 오히려 통증과 염증 완화, 심지어 희귀 난치질환 치료까지 도움을 줄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신경안정과 관련된 효능은 빠르게 성장 중인 정신건강 산업이 주목하고 있다. 해외 소비자들은 마치 건강식품을 구입하는 것처럼 CBD 영양제나, 초콜릿, 드링크 등을 구입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는 대마 CBD의 수입과 사용에 엄격한 제한이 있다. 반면 전 세계 50개국 이상의 나라는 이미 의료용 대마 사용을 합법적으로 허용하고 있으며, 최근 유럽에서는 합법적으로 생산된 CBD 거래가 가능하다는 유럽사법재판소의 판결도 나왔다. 미국과 캐나다를 비롯한 일부 국가에서는 미용 제품, 식음료 등에 활용하고 있다.
이오륜 유로모니터 인터내셔널 코리아 선임연구원(음료&담배 부문)은 “최근 CBD를 비롯한 합법 대마(legal cannabis)시장의 성장세가 무섭다”고 말했다. 유로모니터 조사 결과, 지난해 기준으로 관련 시장은 전년 대비 32% 성장하며 280억달러(한화 약 31조원)규모를 달성했다. 이오륜 선임연구원은 “대마의 합법화와 맞물려 CBD 성분을 포함한 음료나 화장품 등 일상생활에서 접할 수 있는 제품들이 여럿 출시되고 있다”며 “이는 음지에 있던 소비자 수요를 양지로 끌어올리고 또 신규 수요를 생성하는 효과를 거두고 있다”고 했다.
시장조사기관 포천비즈니스인사이트도 대마 시장의 전망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18년 전 세계 대마 시장의 규모는 12조원이었으나, 이어지는 기호용 및 의료용 대마의 합법화 확대에 따라 오는 2026년까지 116조원 규모로 10배가량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이오륜 선임연구원은 “코로나 확산이 대마 시장에는 오히려 기회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재정 압박을 받는 해외 정부들이 대마 합법화를 통해 세금을 거둬들이려는 움직임을 보이면서 대마 시장의 성장은 가속화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더욱이 코로나바이러스가 준 엄청난 스트레스는 CBD 성분을 더욱 주목하게 만들었다. 유로모니터 는 최신 보고서에서 “올해는 정신건강 관련 제품이 주목받을 것”이라고 전망하면서 “CBD가 소량 들어간 제품의 등장과 성장을 기대”했다. 이오륜 선임연구원은 “‘코로나 블루(코로나19로 인한 우울감)’를 달래기 위해 CBD 제품을 찾는 해외 소비자들이 증가하고 있다”고 했다.
CBD는 환각이나 불안 증세가 없는 반면 신경 증상의 안정에 도움을 주는 것으로 보고돼 있다. 코로나 사태 이후 정서안정 및 숙면 성분을 찾아 나선 제조업체들이 주목할 수밖에 없다. 미국 리서치업체 ‘브라이트필드그룹(Brightfield Group)’이 지난 1월 미국인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 따르면 SNS상에서 이용자들이 언급한 정신건강 식재료 중 CBD는 19%를 차지하며, 마늘(15% 언급)과 생강(9%)보다 높은 관심도를 보였다. 이 조사에서 소비자들이 CBD를 찾는 가장 큰 이유는 “숙면에 도움을 얻기 위해서”였다.
불안감을 줄이고 평온함을 유도한다는 이유로 CBD를 추가한 제품들은 속속 등장하는 중이다. 가장 잘 알려진 CBD 오일은 해외에서 건강기능식품으로 분류돼 있으며, 알약이나 젤리 형태로 된 CBD 영양제도 있다. 특히 올해는 이보다 가벼운 일반 식품의 출시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숙면을 도와주는 CBD 드링크제를 비롯해 최근 미국에서는 탄산수 제품도 나왔다. 이외에도 CBD를 첨가한 초콜릿이나 젤리, 사탕, 맥주, 스낵 등 식품 분야에서 신제품 출시가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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