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인과 탄산음료, 가공식품, 짠 음식 주의
“칼슘 섭취는 영양제 아닌 식품으로 섭취해야”
[헤럴드경제=육성연 기자] 소리 없이 칼슘을 빼간다. 우리가 즐겨 먹는 카페라테나 콜라, 젓갈류 등 얘기다. 먹을수록 우리 몸에서 칼슘은 서서히 빠져나간다. 칼슘을 빼가면서 뼈 조직의 손실을 일으키는 범인은 의외로 좋아하는 음식에 있을 수 있다. 뼈 건강을 위한 식품을 성실하게 먹고 있다면 이제 칼슘 흡수를 방해하는 음식에 주의를 기울일 차례다.
대표적인 음료는 커피와 탄산음료다. 커피 속 카페인은 칼슘 흡수를 방해하는 이뇨 작용을 하면서 소변으로 칼슘을 빠져나가게 한다. 대한골다공증학회의 ‘골절을 동반한 골다공증의 진료 지침’(2016)에 따르면 커피는 1일 4잔(표준량 1잔=240 ㎖) 이상 마실 때 골밀도를 감소시킬 수 있다. 특히 카페인 함량이 높은 콜드브루나 드립커피 등은 더욱 주의가 필요하다.
탄산음료도 마찬가지다. 대한골다공증학회는 이 보고서에서 “사이다·콜라를 비롯한 탄산음료는 인산이 들어 있어 장에서 칼슘 흡수를 방해하므로, 뼈 손실을 증가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혈액 속 인의 농도가 높아지면 칼슘은 인과 함께 배설돼 뼈를 약하게 만들 수 있다. 식품첨가제 형태로 인이 많이 들어간 가공식품이나 동물성 식품을 과도하게 섭취하지 않도록 조절할 필요가 있다.
짠 음식도 많이 먹으면 염분이 소변으로 배설되면서 칼슘 또한 함께 손실될 수 있다. 하지만 예상대로 한국인 대다수는 필요량보다 많은 나트륨을 섭취하고 있으며, 칼슘 섭취는 부족한 실정이다. 보건복지부의 ‘2020 한국인 영양소 섭취 기준’ 보고서에 따르면 칼슘 섭취량의 경우 남자 청소년의 84%가 평균 필요량(800㎎/일)에 미치지 못하며, 성인 여성의 섭취량도 낮은 수준이다. 특히 50세 이상 여성은 골밀도 감소증 유병률이 매우 높게 나타났다. 나트륨 함량이 많은 간편식이나 젓갈류·라면 등은 자주 먹지 않지 않도록 한다.
대한골다공증학회는 해당 보고서에서 “칼슘은 일차적으로 음식을 통해 섭취하는 것을 권장한다”며 “칼슘 보충제는 필요 이상 섭취하더라도 추가적 이득이 없고 부작용 위험이 증가될 수 있다”고 했다. 이에 대한 근거로 “1일 칼슘 섭취량이 1200~1500㎎ 이상이면 신장결석이나 심혈관 질환, 뇌졸중 등의 발생위험을 높일 수 있다는 보고가 있다”며 “특히 고령이거나 심혈관 질환 또는 신부전이 있는 환자는 주의해야 한다”고 했다.
관련된 국내 연구도 최근 발표됐다. 국제 학술지 뉴트리언트(Nutrients, 2021)에 실린 연구에 따르면, 국제학술지에 발표된 13편의 임상시험을 분석해보니 칼슘제를 복용하면 위약(가짜 약)을 복용한 경우보다 심혈관 질환 위험성이 15% 높게 나타났다. 연구를 이끈 명승권 국립암센터 국제암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칼슘 보충제 섭취는 혈청 칼슘 농도가 장시간 높아지면서 혈관의 석회화 및 응고의 위험성이 커져 심혈관 질환을 초래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골다공증이나 골절을 예방하려면 알약과 같은 보충제가 아닌 칼슘이 풍부한 식품을 섭취하고, 햇볕을 10분 이상 쬐면서 유산소운동을 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의학계에서 권장하는 성인의 하루 칼슘 섭취량은 800~1000㎎이다. 식품으로 칼슘 섭취량을 채우기는 그리 어렵지 않다. 특히 배추·시금치·브로콜리와 같은 짙푸른 채소나 김·다시마·미역 등의 해조류, 콩류나 두부 및 두유 등 식물성 식품에도 칼슘이 많이 들어 있다.
신중섭 인천힘찬종합병원 정형외과 전문의는 “카페인이나 나트륨이 많이 든 음식, 탄산음료, 술 등은 칼슘의 체내 흡수를 방해해 골다공증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특히 골밀도가 급감하는 중장년층 여성은 가급적 이러한 음식을 피하고 칼슘 식품의 꾸준한 섭취로 체내 칼슘 농도를 유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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