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량 늘었는데 수요는 ↓…가격 하락으로
장어 가격이 지난해의 절반 정도로 떨어졌다. [더 파이러츠 제공] |
[헤럴드경제=박재석 기자] 뱀장어(민물장어) 가격이 예년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지면서 어민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지난해 뱀장어 치어인 실뱀장어가 많이 잡혀서 출하량이 늘어난 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장어 수요까지 줄면서 가격이 더 떨어진 것이다.
장어 도매가격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수산업관측센터 제공] |
5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장어 가격이 지난해의 절반 정도 수준으로 급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수산업관측센터 자료를 살펴보면, 지난 2월 1㎏당 3마리 크기 장어의 도매가격은 2만4700원으로 전년 동기 4만600원의 60.8% 수준으로 나타났다. 산지 가격도 전년 2월 대비 62.6% 정도다. 같은 기간 1㎏당 4마리 크기 장어의 도매가격은 2만6500원으로 지난해 4만7300원의 56%에 불과했다.
뱀장어는 주로 치어를 수입해 국내에서 양식해 출하하는 경우가 보통이다. 치어 단계부터 인공적으로 키우는 기술은 실험실에서만 성공했을 뿐 아직 산업화 단계까지는 발전하지 않아서다. 시작을 자연산 물량에 의존하는 만큼, 물량 변화도 예측하기 힘들고 산업의 부침도 심하다. 가격 변동도 클 수밖에 없다.
그런데 지난해 실뱀장어 물량이 크게 늘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도 아직 과학적으로 명확하게 밝혀진 바가 없다고 설명한다. 바다 깊은 곳에서 벌어지는 일을 분명하게 알 수 없다는 것이다. 그저 바닷속 모종의 원인으로 해류가 바뀌면서 실뱀장어의 이동 경로가 변했거나 개체가 늘었을 것이라는 정도로 추측할 뿐이다.
실뱀장어 물량이 늘면서 가격이 하락했고, 수입량이 늘었다. 그리고 이는 자연스럽게 양식량 증가로 이어졌다. 2019년 2월 4273만마리였던 극동산 장어 양성물량은 지난해 2월 7127만마리로 66.7% 올랐다. 또 지난해 3월 양성물량은 8191만마리로 전년 3월 4449만마리 대비 84.1% 올랐다.
뱀장어는 치어를 입식(양식을 하기 위해 수조에 넣는 작업)하고 1년 정도 뒤에 출하하는 것이 보통이다. 지난해 실뱀장어 입식량이 많았던 만큼 올해 출하량도 늘었다. 지난 2월 출하량은 1017t으로 지난해 863t보다 17.8%가량 많다. 특히 맛이 좋다고 알려진 1㎏당 3마리 크기의 장어는 지난 2월 393t 출하됐다. 지난해 280t보다 40.3% 이상 출하량이 늘어난 것이다.
장어 물량은 늘었지만 코로나19로 장어 수요가 크게 줄었다. [더 파이러츠 제공] |
공급이 크게 늘었지만 수요는 줄었다. 장어는 주로 외식으로 즐기는데, 코로나19 사태로 외식 자체를 줄이면서다. 지난해 재난지원금으로 고급 일식집이나 장어 전문점에서 장어를 소비하는 사람들이 많았으나 그 뒤에는 다시 장어 수요가 감소했다. 이런 이유로 뱀장어 가격이 지난해의 50~60% 수준으로 뚝 떨어진 것이다.
백은영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연구위원은 “극동산 장어 물량이 빠져야 수급 안정화가 이뤄지는데 물량이 많다 보니 가격 회복이 어렵다”며 “올해 상반기까지는 가격이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어려움을 겪는 어민을 돕기 위해 해양수산부는 지난 1일부터 수산인의 날 특별전을 일주일 간 진행 중이다. 수산물 정보 제공 앱(App) 인어교주해적단의 관계자는 “장어 산지 가격 하락과 해양수산부 20% 할인 지원으로 1만원대에 장어를 먹을 수 있게 됐다”라고 말했다.
jsp@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