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육성연 기자] 뽀빠이는 다 계획이 있었다. 뽀빠이가 애정을 담아 늘 먹었던 시금치는 근육 기능 향상뿐 아니라 각종 질병 예방에도 도움 되는 식품으로 손꼽힌다.
뽀빠이 시대에는 시금치가 힘을 주는 철분 공급원으로 유명했으나 사실 ‘철분의 왕’ 정도 수준은 아니라는 것도 이제는 널리 알려졌다. 하지만 철분을 제외해도 시금치가 내세울 영양소는 너무 많다. 영양밀도가 높기 때문이다. 가녀린 초록 잎에 각종 영양소가 꽉꽉 채워져 있다. ‘의사들의 의사’라 불리는 미국 가정의학자 조엘 펄먼 박사는 시금치의 영양소 점수에 ‘100점’을 주면서 가장 영양소가 높은 식품 중 하나로 선정했으며, 세계암연구재단은 최고의 항암식품으로 꼽은 바 있다.
위와 눈 건강 등 베타카로틴(beta-carotene)의 효능 측면도 주목할 만하다. 우리가 아는 항산화물질 베타카로틴은 주로 노랗고 주황빛을 띠는 호박·고구마·망고·당근 등의 ‘옐로푸드(yellow food)’에 풍부하다. 하지만 베타카로틴이 많은 식품 목록을 들여다보면 노란색 식품과 함께 초록색 시금치도 포함돼 있다.
베타카로틴은 암세포 발생 억제나 면역력 향상과 연관된 효능이 잘 알려져 있으나 피부나 점막의 보호에도 효과가 있다. 특히 위 점막을 보호하기 때문에 시금치의 섭취는 위 건강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 소량 들어 있는 것도 아니다. 한국식품영양과학회지에 실린 연구에 따르면 시금치 100g에 들어 있는 베타카로틴 함량은 7050㎍(100만분의 1g)이며, 이는 양배추(12㎍)보다 훨씬 높은 수치다.
베타카로틴은 우리 몸에서 비타민A로 전환되는데, ‘비타민A’ 하면 떠오르는 것이 눈 건강이다. 베타카로틴은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눈 건강을 위한 건강기능식품 원료로 마리골드꽃 추출물(루테인), 지아잔틴 등과 함께 인정한 성분이다.
시금치는 베타카로틴과 함께 눈 건강에 좋은 루테인 또한 풍부하게 들어 있다. 미국 위스콘신대 연구(1999)에 따르면 1300명을 대상으로 식습관과 눈 건강과의 연관성을 분석한 결과, 평소 시금치를 많이 먹은 사람은 적게 섭취한 사람에 비해 백내장 위험성이 40% 낮게 나타났다. 눈 건강의 대표 식품인 당근을 싫어한다면 시금치가 대안이 될 수 있다.
베타카로틴은 시금치처럼 천연 식품으로 먹는 것이 좋다. 미국 질병예방서비스위원회(USPSFT)는 베타카로틴 보충제가 오히려 폐암 위험을 높일 가능성이 있다며 섭취하지 않을 것을 권고했다.
베타카로틴이 풍부한 식품들은 기름에 볶아 먹거나 올리브오일 등을 뿌려 먹으면 더욱 흡수가 잘 된다. 시금치를 살짝 데친 후 참기름을 뿌려 먹는 방식은 베타카로틴 흡수율을 높이는 조리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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