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육성연 기자]커피처럼 말이 많은 식품이 또 있을까. 커피가 일부 암이나 당뇨, 치매 등각종 질병 예방에 도움을 준다는 연구들이 나오고 있지만 이러한 효능과 상관없이 커피의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카페인 섭취량을 주의해야 하며, 위장질환이 있거나 카페인에 예민한 사람, 청소년은 피해야 할 대상이다.
이와 더불어 커피를 어떻게 마시느냐도 건강에 중요하다. 뜨거운 커피를 자주 마시는 습관도 위험하다. 식도암 위험을 높이기 때문이다. 의학전문가들에 따르면 음식물이 통과하는 식도는 잘 늘어나는 특성을 가졌기 때문에 암이 발병해도 초기 증상을 느끼지 못할 때가 대부분이다. 평소 식습관으로 관리가 중요하다는 얘기다.
식도암의 문제는 커피 자체의 문제가 아니다. 뜨거운 오뎅 국물이나 보글보글 끓어오르는 김치찌개, 좀처럼 식지 않는 돌솥용기 삼계탕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이런 음식을 매일, 그것도 하루 2~3번 섭취하는 일은 드물다. 반면 커피는 일상에서 가장 자주 접하는 식품이다.
이미 세계보건기구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는 지난 2016년 보고서를 통해 ‘뜨거운 커피’가 식도암 확률을 높인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IARC 연구팀은 “뜨거운 음료를 자주 마시면 식도에 온열화상을 입을 수 있는데, 이러한 일이 반복되면 식도암으로 발병할 가능성이 높다”며 “실제로 뜨거운 음료를 일상적으로 자주 마시는 나라는 식도암 비율이 높게 나타났다”고 밝혔다. 다만 “식도암 위험은 말 그대로 ‘온도’ 때문”이라며 “음료 자체 의 탓은 아니다”라고 했다.
지난 2019년에도 ‘국제암저널’(International Journal of Cancer)에 뜨거운 차를 마시면 식도암 위험이 증가한다는 연구 논문이 게재됐다. 5만 여명을 10년간 추적조사한 이 연구에서는 60도 이상의 차를 하루에 700㎖ 이상 마시는 이들은 60도 미만의 차를 하루 700㎖ 미만으로 마시는 사람들보다 식도암 위험이 90% 높았다.
이 연구에서 온도는 60도가 기준이다. 즉 ‘뜨거운’을 ‘따뜻한’으로 바꾸기만 해도 식도암 위험은 크게 줄어든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종류와 관계없이 ‘65도 이상’으로 제공되는 뜨거운 음료를 발암물질로 분류한다. 이는 ‘뜨겁다’를 ‘시원하다’고 표현하면서 뜨거운 음식을 매우 잘 먹는 한국인이 주의깊게 살펴볼 부분이다. 김이 나는 대부분의 음식과 차는 이 65도 온도를 넘기기 쉽다. 식탁에 막 올려진 된장찌개의 표면온도는 70도, 삼계탕은 82도 정도이다. 커피전문점에서 건네받은 ‘핫 아메리카노’는 보통 80도~85도 정도다. ‘따뜻한’ 아메리카노를 주문했으나 ‘뜨거운’ 아메리카노를 건네받은 셈이다.
식도암의 위험을 크게 떨어뜨리는 방법은 간단하다. 커피를 받은 후 7~10분간 식힌 뒤 천천히 마시면 된다. 주문을 할 때 ‘미지근하게’ 또는 ‘너무 뜨겁지 않게’라고 미리 요청하는 것도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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