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육성연 기자]“고기 찢는 것처럼 결이 생기면 뜯어서 먹는 맛”. 지난해 한 예능프로그램에서 개그우먼 박나래는 호박고구마의 매력을 전하며 “고구마는 호박고구마지!”라고 외쳤다. 이에 질세라 개그우먼 장도연은 “밤고구마는 묵직하게 툭 자르면 안이 빽빽하게 채워져 있다. 목이 막힐 때 우유를 마시면 사르르 녹는다”라며 반격에 나섰고, 해당 장면은 많은 이들의 공감을 얻어냈다.
[MBC '나혼자 산다' 방송 캡처] |
일명 ‘호박고구마파’와 ‘밤고구마파’는 ‘얼죽아(얼어 죽어도 아이스)’와 ‘쪄죽따(쪄죽어도 따뜻한 음료)’를 비롯해 ‘부먹(소스에 부어먹기)’ 과 ‘찍먹(소스에 찍어먹기)’ 언쟁처럼 호불호가 명확하게 갈리는 이슈이다. 특히 제철을 맞이한 고구마가 마트 진열대에 쏟아지면서 더욱 입씨름을 벌이게되는 주제이기도 하다.
두 고구마를 구분짓는 기준은 전분 함유량이다. 고구마는 통상 전분 함유량이 20%가 넘어가면 ‘밤고구마’, 그 이하면 ‘물고구마(호박고구마)’로 본다. 시장에 나온 시기는 밤고구마가 먼저다. 밤고구마는 지난 2005년 이전부터, 호박고구마는 그 이후부터 시장에 출하되기 시작했다.
영양소에도 차이가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식품영양성분자료에 따르면 ‘찐 고구마 100g(이하 기준 동일)’의 호박고구마는 비타민C, 칼슘 함량이, 밤고구마는 칼륨과 비오틴, 망간이 다소 더 많이 들어있다. 특히 고구마의 대표 항산화물질인 베타카로틴의 경우 노란빛이 진한 호박고구마가 553㎍(마이크로그램)으로 밤 고구마(37㎍)보다 훨씬 많다. 열량의 경우 호박고구마 141 ㎉, 밤고구마는 이보다 높은 169㎉ 이다. 체중감량의 목적으로 섭취할 경우에는 수분은 많고 열량이 낮은 호박고구마가 ‘살짝’ 유리한 셈이다. 반면 포만감을 높이고 장 운동을 촉진하는 식이섬유는 밤고구마(4.2g)가 호박고구마(3.4g)보다 약간 더 많다.
하이라이트인 ‘맛 대결’에서는 조리법이 결정적 역할을 한다. 전분 함유량에 따라 최고의 맛을 내는 조리법이 다르기 때문이다. 밤고구마는 쪄서 먹을때 특유의 식감이 살아나지만 호박고구마는 물컹한 맛이 난다. 즉 전분 함유량이 낮은 호박고구마는 구워야 가장 맛있고, 전분이 많은 밤고구마는 쪄야 그 맛을 제대로 발휘할 수 있다. 품종별로 맛 차이가 있지만 조리법에 따라서도 맛이 달라진다는 얘기다. 다만 고구마를 구웠을 때 혈당지수(GI,90)는 생고구마(55)보다 높아지므로 섭취량을 주의하는 것이 좋다.
고구마의 단 맛 또한 조리법에 영향을 받는다. 단 시간에 고온에서 익히면 고구마의 당분이 잘 형성되지 않는다. 반면 저온에서 오래 익히면 당도가 높아져 달콤한 맛을 더욱 즐길 수 있다.
보관법도 맛을 결정하는 요인이다. 구황작물인 고구마는 추위에 약하기 때문에 냉장보관 보다 신문지나 비닐봉지에 싼 후, 베란다나 어둡고 통풍이 잘되는 곳에 보관하는 것이 좋다.
국산 품종인 ‘호감미’(호박고구마)와 ‘진율미’(밤고구마) [해남군 제공] |
국산 품종에서도 호박고구마와 밤고구마가 있다. 기존에는 일본 품종의 비율이 높았으나 국내 연구진이 10년간의 노력끝에 국산 품종을 개발하면서 지난 2015년 이후 빠르게 보급되고 있다. 그 중 ‘호감미’는 단 맛이 강하고 식감이 부드러운 ‘호박고구마’이다. ‘진율미’는 지난 2016년부터 국내에서 육종된 ‘밤고구마’ 품종이다.
호박고구마와 밤고구마를 비롯해 자색고구마 꿀고구마 등 입맛에 따라 선호하는 종류가 다르지만 모든 제철 고구마는 찬 바람이 불기 시작할 때 먹기 좋은 슈퍼푸드이다. 항산화물질과 비타민, 미네랄, 식이섬유가 풍부하게 들어있어 면역력 관리에 도움을 줄 수 있다. 미국 공익과학센터(CSPI)와 미국 매체 타임·허핑턴포스트 등에서 슈퍼푸드로 선정한 영양 식재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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