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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육성연 기자] 고지혈증은 주로 중년층이 주의해야 할 질환으로 여겨져 왔다. 하지만 최근 상황은 다르다. 20대뿐 아니라 10대까지도 고지혈증 환자 수가 늘어나는 추세다. 이대용 중앙대병원 비만영양클리닉 교수가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자료를 분석한 내용에 따르면 20세 미만의 고지혈증 환자 수는 지난 2015년 1만1047명에서 2019년에는 1만4590명으로 32% 늘어났다. 몸에 이롭지 않은 고지방 음식을 많이 먹는 반면 움직이지 않는 것이 문제다.
고지혈증은 혈액에 지질 성분이 증가한 상태로, 혈액에서 ‘나쁜’ LDL(저밀도 지단백) 콜레스테롤이 높은 경우를 말한다. 쉽게 말해 혈관에 좋지 않은 지방이 많이 생기면서 혈관을 막거나 혈관벽에 염증을 일으키는 것이다.
고지혈증이 있으면 젊은 층도 심혈관 질환이나 사망 위험이 높다는 연구도 나왔다. 지난해 국제 학술지 ‘유럽 예방심장학’ 저널에 실린 이희선·김형관 서울대병원 교수팀 연구에 따르면 20~39세 성인 568만여명을 7년간 추적조사한 결과, 고지혈증 환자일 때 정상군보다 심근경색 발생률이 2.2배, 뇌졸중 발생률은 1.8배 높았다. 특히 중성지방이 젊은 층의 심혈관 질환에 매우 강력한 위험 인자임이 확인됐다. 이희선 순환기내과 교수는 “젊은 층은 약물치료에 소극적이고 고지혈증과 중성지방을 대수롭지 않게 방관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의학전문가들에 따르면 젊은 층의 고지혈증은 유전자에 따른 가족성 고지혈증 등이 요인일 수 있으나 주요 원인으로 꼽히는 것은 젊은 세대가 선호하는 서구식 식습관이다. 강재헌 강북삼성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고지혈증의 원인이 될 수 있는 삼겹살, 곱창, 햄류 등 고콜레스테롤 식품과 기름진 탕류, 튀김류, 전류, 라면, 레토르트식품 그리고 간식으로 먹는 과자, 빵 등의 과도한 섭취를 제한해야 한다”고 말했다.
고지혈증 예방을 위해서는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를 개선하고 중성지방을 제한하는 식단이 필요하다. 곡물 중에서는 보리와 귀리가 도움 된다. 보리는 콜레스테롤 관리에 좋은 식재료로 유명하다. 실제 캐나다 토론토대의 임상실험(2016)에서는 보리 추출 베타글루칸이 ‘나쁜’ LDL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는 데 긍정적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베타글루칸은 식이섬유의 일종으로, 보리의 풍부한 식이섬유는 혈당관리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 귀리 역시 식이섬유가 풍부한 통곡물로, 미국심장협회(AHA)는 나쁜 콜레스테롤 감소에 좋은 식품 중 하나로 귀리를 선정했다.
반찬으로는 등 푸른 생선과 김치가 밥상에 자주 등장하면 좋다. 불포화지방은 우리 몸에서 콜레스테롤 합성을 줄이는 역할을 하므로 오메가3 지방산이 풍부한 등 푸른 생선(고등어·연어·삼치 등)이나 들기름·참기름·올리브오일의 섭취가 도움을 준다. 또한 국제 학술지 ‘약용식품저널(Journal of Medicinal Food, 2013)’에 실린 부산대 연구에 따르면 매일 김치를 15g 먹은 그룹과 210g을 먹은 그룹을 대상으로 혈액을 분석한 결과, 김치를 많이 먹은 그룹의 콜레스테롤 수치가 더 크게 개선됐다.
식재료 중에서는 버섯과 양파를 꼽을 수 있다. 버섯에 풍부한 베타글루칸은 항암 작용뿐 아니라 LDL 콜레스테롤을 감소하는 역할도 하며, 식이섬유도 다량 들어 있다. 지난 2007년 미국심장학회는 콜레스테롤 수치 개선에 좋은 10대 음식 중 1위로 표고버섯을 선정한 바 있다. 양파의 경우 케르세틴 성분이 혈액 내 콜레스테롤 축적을 막는다. 아시아·태평양 암예방학회지(2012)에 실린 논문에 따르면 양파 추출물이 동물성 지방산 합성 효소의 활동을 저해해 지방의 축적을 억제한다.
간식으로는 포화지방과 트랜스지방이 높은 빵·케이크를 줄이는 대신 불포화지방산이 풍부한 아몬드 등의 견과류를 섭취하면 좋다. 미국 머시드 캘리포니아주립대 연구팀은 “아몬드를 간식으로 섭취할 경우 ‘좋은’ HDL 콜레스테롤 수치 유지에 도움이 된다”는 논문(2018)을 발표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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