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거래량 대비 비중도 증가
보유세 부담에 다주택자들 재차 증여 흐름 가세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아파트 단지. [연합] |
[헤럴드경제=김은희 기자] 거래절벽 국면에도 아파트 증여 거래가 재차 증가세로 돌아선 것으로 파악됐다. 정부의 다주택자 과세 강화에도 ‘버티기’를 택했던 다주택자가 증여로 다시금 움직이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올해 종합부동산세가 급격히 뛴 여파로 주택 처분을 고려하는 다주택자가 늘어날 것으로 점쳐지는 가운데 내년 상반기까지 증여가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주택자가 매도 대신 증여를 선택할수록 재고 주택시장에서의 물량 확보는 더욱 어려워질 전망이다.
8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10월 전국의 아파트 증여 건수는 5662건으로 전달(4756건) 대비 19.0%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부터 급증한 아파트 증여는 올해 3월 1만281건까지 치솟았으나 종부세 등 보유세 가산시점인 6월(8040건)을 기점으로 증여가 어느 정도 마무리되면서 하락 흐름으로 전환됐다. 그러나 석 달 만에 흐름은 바뀌었고 증여는 재차 상승세로 돌아섰다. 전체 아파트 거래량이 크게 줄어들면서 비중도 6.6%로 뛰었다. 세금 계산기를 두드려본 다주택자들이 고민 끝에 증여를 택하는 비율이 늘어났다는 의미로 읽힌다.
정부가 다주택자에 대한 보유세와 양도세를 중과하면서 지난해 아파트 증여 건수는 통계 집계 이래 가장 많았는데 올해는 거래가 전반적으로 부진한 상황에서 증여 비중이 크게 오르는 양상을 이어가고 있다. 실제 올해 10월까지의 누적 아파트 증여 건수를 보면 총 6만8716건으로 작년(7만2339건)의 95.0% 수준이다. 같은 기간 비중은 6.7%로 전년(5.7%) 대비 1.0% 포인트 올랐다.
증여 확대 추세는 대상을 주택 전체로 넓혀도 마찬가지다. 올해 들어 10월까지 전국의 주택 증여 건수는 총 11만7607건으로 작년 같은 기간(11만9249건)보다 소폭 줄어드는 데 그쳤고 비중은 7.3%에서 8.4%로 오히려 늘었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주택 증여 열풍이 수그러들지 않은 셈이다.
대한부동산학회장인 서진형 경인여대 교수는 “양도세가 높은 데다 주택을 팔면 다음에 비슷한 집을 살 수 없다는 것을 학습을 통해 알고 있기 때문에 매도보다는 가구 분할을 통한 증여를 선호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실제 세무업계는 보유세가 다주택자의 압박수단으로 작동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올해 상반기까지 다주택자의 주택 처분이 상당 부분 이뤄졌지만 최근에도 관련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는 전언이다. 다만 높은 양도세로 매도보다는 증여에 무게를 두고 있다고 했다.
김종필 세무사는 “올해 보유세가 예상보다 상당히 많이 늘어났고 내년에는 공시가격 인상 등으로 더욱 올라갈 것으로 예측되고 있어 주택 처분을 고민하는 이들이 늘었다”고 전했다.
부동산 업계에선 내년 상반기까지 증여가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추가적인 세금 중과가 없더라도 공시가격과 공정시장가액비율 상승에 따라 종부세 부담은 높아질 수밖에 없고, 3주택 이상 기준 최대 75%(지방세 포함 82.5%)에 달하는 양도세를 감당하고 향후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가치를 포기하기도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다만 내년 대통령 선거 등의 변수가 있어 당분간은 선택을 보류할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신방수 세무사는 “주택 처분을 고민하는 다주택자가 상당하지만 매도나 증여 시 세 부담도 상당해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며 “대선을 앞두고 부동산 세제 관련 공약이 제시되고 있어 내년 대선 전까진 어떤 선택도 하지 않을 가능성도 있어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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