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매 진행건수는 413건 ‘역대 최저’
“희소성 높아져 여전히 인기”
[헤럴드경제=박일한 기자] 30일 서울중앙지법 경매2계. 올해 서울 법원 경매에서 마지막으로 진행된 아파트 경매에 2명이 응찰했다. 물건은 이날 아파트 중 유일하게 경매가 진행된 감정가 28억원인 강남구 도곡동 ‘타워팰리스’ 137㎡(이하 전용면적). 이날 첫 경매에 나와 감정가를 최저가로 경매가 진행됐다. 낙찰자는 31억5000만원에 응찰한 김모씨로 2위(30억690만원)와 8100만원 차이로 새 주인이 됐다.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율)은 112%로 꽤 높은 편이었다.
이로써 2021년 서울 아파트 경매가 모두 마무리됐다. 31일은 전국의 모든 법원에서 경매 일정이 없다.
30일 지지옥션에 따르면 12월 법원 경매시장에서 서울 아파트 평균 낙찰가율은 103.5%로 전월(107.9%) 보다 소폭 하락했다. 이로써 2021년 한해 진행한 서울 아파트 연간 평균 낙찰가율은 111.1%로 작년(104.7%) 보다 6.4%포인트 높아지면서 2001년 조사 이래 가장 높았다.
*자료:지지옥션 |
연간 낙찰가율 111.1%라는 건 올해 서울에서 진행한 모든 아파트의 평균 낙찰가가 감정가 보다 11.1% 비쌌다는 의미다.
서울 아파트 낙찰가율이 역대 최고를 기록한 건 집값 상승 기대감이 컸기 때문이다. 경매참여자들이 집값이 계속 오를 것으로 기대하면서 공격적으로 감정가보다 높게 응찰했다.
경매시장에 나오는 물건수가 적어 희소성이 높은 것도 가격이 올라간 이유다. 실제 서울 아파트 경매 물건은 올해 역대 가장 적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진행한 서울 아파트 경매건수는 413건으로 2020년(653건) 보다도 37%나 줄었다. 일반적으로 매매시장에서 집값 상승 기대감이 클 때 경매시장 물건 수는 줄어든다. 채권자들이 담보로 잡은 물건을 굳이 경매에서 헐값이 넘기지 않고 매매시장에서 처분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연간 서울 아파트 경매 진행건수가 가장 많은 때는 2013년으로 8283건이나 됐다. 집값이 회복되면서 매년 빠르게 경매 물건이 줄면서 2018년 948건으로 처음으로 1000건 밑으로 떨어졌고, 이후 감소세가 이어졌다.
아파트 낙찰가율 상승세는 최근 조금 주춤한 게 사실이다. 월간 기준 지난 10월 119.9%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이후, 11월 107.9%, 12월 103.5 등으로 조금씩 가라앉고 있다.
하지만 경매가 진행되는 물건 수가 역대 최저 수준으로 줄었고, 경매 일정을 ‘변경’하거나, 아예 ‘취소’하는 사례가 낙찰 건수 보다 많아지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매매시장에서 집값 상승 기대가 클 때 이런 현상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실제 12월 서울 아파트 경매 진행 건수는 32건으로 전월(45건) 보다 13건이나 줄었다. 월평균 서울 아파트 진행 건수는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2017년만 해도 월간 100건이 넘었으나 2018년 이후 100건 밑으로 줄었고, 올해 5월부턴 계속 50건 이하에 머물고 있다.
경매 컨설팅을 하고 있는 이영진 이웰에셋 대표는 “인기 있는 서울 아파트 물건이 워낙 적으니까 웬만하면 나오면 높은 가격에 낙찰되지만, 매매시장에서 처분하기 곤란한 권리관계가 복잡하고 하자 있는 물건도 많다”며 “최근 낙찰가율이 조금 하락했다고 경매시장에서 서울 아파트 인기가 식었다고 보긴 어렵다”고 말했다.
jumpcut@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