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스트레스, 단 음식으로 풀어
건강 챙기는 시기 길어지면서 반대 심리도
다이어트 기간중 늘어난 식탐 영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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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육성연 기자]건강, 건강에 면역력까지 줄곧 외치는 시대다. 연일 ‘건강’ 이슈가 이어지고 ‘면역력’을 앞세운 식품들이 진열되고 있지만, 한편에서는 고칼로리에 자극적인 맛으로 가득찬 간식의 구입도 늘고 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우울감을 해소하려 하거나 장기간 ‘건강’ 추구에 대한 반대 심리, 또는 그동안 참았던 음식 욕구가 터지는 등이 요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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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현재 한국인들의 스트레스와 우울 지수는 심각한 상태다. 이에 따라 달콤한 고칼로리 간식을 먹으면서 쌓인 스트레스를 풀려는 이들도 많아졌다.
건강지향에 대한 반작용 심리도 있다. 각종 영양제나 건강 식품을 챙겨먹었던 시간이 길어지며 평소 자제했던 고칼로리 음식에 주목하게 된 경우다.
또한 활동량 부족으로 불어난 살 때문에 다이어트를 하던 이들은 그동안 억눌렸던 식탐이 한 꺼번에 터지기도 한다. 30대 여성 황 모씨는 “코로나로 살이 찐 이후 한동안 다이어트를 시작했는데, 이제는 그동안 못먹었던 솔티드 카라멜 스콘을 이전보다 더 자주 먹고 있다”고 말했다.
달고 짠 맛의 스콘처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인기를 모으고 있는 ‘단짠(달고 짠 음식)’ 음식들은 마늘, 치즈, 버터, 꿀, 기름 등이 많이 들어간다. 갈릭버터 맛 스낵, 크림치즈에 꿀을 올린 빵, 꾸덕한 까르보나라 소스의 라면과 떡볶이 등이다.
치즈 중에서도 꾸덕한 식감의 ‘크림치즈’는 홈베이킹 열풍과 함께 부상한 식품이다. 식품산업통계정보에 따르면 지난 2020년 국내 치즈 시장 규모는 3781억원으로 2015년 대비 14.2% 증가했다. 이 중 크림치즈 시장은 2020년 100억 원에서 지난해 150억 원 수준, 그리고 올해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치즈와 함께 곁들여 먹는 잼류 시장 역시 2020년 시장 규모(3522억 원)는 전년 대비 3.25% 증가했다.
특히 크림치즈를 품은 마늘빵은 SNS에서 일명 ‘단짠의 최고봉’으로 불리며 더욱 주목받고 있다. 크림치즈와 다진 마늘, 버터, 마요네즈, 꿀 등을 넣어 만들며, SNS에서 유행하는 ‘에어프라이어 홈베이킹’으로 인기를 얻고 있다. 현재 인스타그램에서 마늘빵 관련 게시물은 13만 7868개로, 마늘빵 레시피가 대부분을 차지한다.
미국에서는 초콜릿 섭취가 눈에 띄게 늘어났다. 미국 곡물업체 카길(Cargil) 조사에서는 소비자 3명중 한 명이 “코로나19 사태 이후 초콜릿 소비를 늘렸다”고 답했다. 전미제과협회(NCA)는 “무겁고 불안한 시기에 작은 기쁨을 찾으려는 사람들로 초콜릿과 사탕 판매가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일본에서는 일명 ‘배덕 음식’이 인기 키워드로 부상했다. 배덕이란 ‘죄책감을 느끼게 만드는 음식’이라는 신조어다. 즉 칼로리가 높아 몸에 나쁘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포기할 수 없는 음식을 의미한다. 시중에 판매되는 라면이나 스낵 등의 포장에는 아예 “배덕감”, “죄”라는 단어를 적은 제품까지 등장했다.
일본에서 판매되는 '배덕음식' |
흥미로운 점은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의 마늘빵도 열풍을 일으키고 있다는 것이다. 일본 마늘빵과 달리, 안에 크림치즈를 가득 넣어 보다 자극적인 맛을 낸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도쿄지사 관계자는 “코로나로 오히려 ‘배덕 음식’이 사람들의 공감을 통해 유행을 얻은 것으로 보인다”며 “제품 개발이 한 쪽으로만 치우쳐지게 되면 소비자는 식상함을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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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재현 강남푸른정신건강의학과 원장은 “사람들은 우울할 때 단 것을 찾는데 초콜릿, 사탕 류의 제품은 즉각적인 혈당 증가와 더불어 일시적인 다행감, 안도감을 느끼게 한다”고 했다. 하지만 이를 식사 대용으로 사용하거나 과도한 섭취시에는 문제를 일으킨다. 신 원장은 “이후엔 오히려 다시 혈당이 급격히 떨어지게 되면서 불쾌감과 불안정한 기분이 지속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의학전문가들은 자극적인 고칼로리 간식을 스트레스 해소용으로 의존하거나 너무 잦은 섭취는 정신과 신체 모두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조언한다. 신 원장은 “규칙적인 식사를 하면서 달콤한 간식은 가끔 즐기는 삶의 조미료 중 하나로 사용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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