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구정 90%, 여의도 70%, 이촌 80%, 목동·분당 60% 대 몰표
[헤럴드경제=최정호 기자]서울과 수도권 재건축 아파트 단지들의 표심은 남달랐다. 윤석열 당선인에게 눈에 띄게 더 많은 표를 몰아주며 재건축 추진에 대한 기대를 담았다.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도와 안전진단 완화, 용적률 상향 조정 등 윤 당선인의 공약이 오랜 기간 규제에 발 묶였던 재건축 아파트 주민들의 표심을 사로잡은 것이다.
13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서울 용산구 이촌제1동에서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73.6%의 득표율로 23.7%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크게 따돌렸다. 용산구 전체에서 윤 후보가 얻은 득표율 55.9%보다 20%포인트 가까이 표가 더 쏠린 것이다. 한강맨션이 있는 이촌1동 제5투표소에서는 무려 88.6%의 표가 윤 당선인을 향하기도 했다.
서울 한강변 재건축의 최대어로 꼽히는 용산구 이촌동 한강맨션의 전경. [헤럴드경제DB] |
동부이촌동이라는 이름으로 익숙한 이촌제1동은 1970년대 이후 중고층 아파트들이 대거 들어선 곳으로, 지금은 많은 곳에서 재건축 또는 리모델링이 추진 중에 있다. 심지어 2000년대 초반 완공된 이곳의 한 아파트는 아직도 주변 새 아파트 못지않은 주거 환경에도 불구하고 입주민들 사이에서 리모델링 조합 설립 추진 요구가 나오고 있다. 평당 가격이 강남 주요 지역에 ⅔ 수준에 못미치는 만큼, 상대적으로 손 쉬운 리모델링을 통해 가치를 더 끌어올리겠다는 기대감이다.
최근 안전진단에서 줄줄이 탈락하며 재건축이 스톱된 양천구 목5동도 마찬가지다. 목동아파트 1단지부터 6단지까지 몰려있는 목5동에서 윤 후보는 62.5%의 득표율로 34.3%의 이 후보를 2배 가까운 표차로 따돌렸다. 양천구 전체로는 두 후보의 격차는 3.7%에 불과했다.
한강변 르네상스의 부활 격인 서울시의 ‘2040도시기본계획’ 발표와 함께 재건축에 진전이 생긴 영등포구 여의동도 비슷한 결과를 보였다. 여의동에서 두 후보간 득표율 격차는 무려 46.2%포인트에 달했다. 10명 중 7명이 윤 후보를 뽑을 때, 이 후보를 뽑은 여의동 주민은 채 3명이 안됐다는 의미다. 일부 재건축 아파트 단지만으로 구성된 투표소에서는 80%가 넘는 몰표를 윤 후보에게 선물하기도 했다.
경기도 일부 지역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나타났다. 분당신도시가 대표적인 곳이다. 재건축 연한인 30년이 지났거나 육박한 대규모 아파트 단지들이 몰려있는 성남시 분당구 정자1동과 이매2동, 수내2동 등에서는 윤 후보의 득표율이 60%를 훌쩍 넘었다. 리모델링을 넘어 순차적 재건축까지 기대하는 지역 민심이 반영된 결과다.
압구정 아파트 단지 모습 [헤럴드경제DB] |
윤 당선인의 강세가 전체적으로 강했던 강남에서도 재건축 단지들은 더 많은 표를 몰아줬다. 압구정 현대아파트가 있는 압구정동 제3투표소와 제1투표소는 윤 당선인의 표가 각각 90.9%와 90.1%를 차지했다. 역시 재건축 대상인 한양아파트가 있는 압구정동 제6투표소도 87.4%로 윤 당선인이 강한 모습을 보였다.
이 같은 재건축 단지들의 윤 당선인 쏠림은 그의 재건축 활성화 공약 못지않게 현 정부의 재건축 억제 정책도 한 몫 했다는 분석이다.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이 2020년 재건축 아파트에 거주의무 기간을 부여하는 방안을 추진하자, 집 주인들의 비중도 크게 늘면서, 투표 성향도 보수화 됐다는 것이다.
비록 이 같은 방안은 전세 불안을 불러오며 야당의 반발로 무산됐지만, 최대 4년이라는 늘어난 전세 기간을 감안한 실 주인들의 입주를 부채질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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