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물다양성 보존, 농업지속성, 전통 농업문화 등의 가치 인정
“지속가능성 도달, 현대 농업 시스템의 전환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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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육성연 기자] “탄소중립은 농업 전반에 대전환을 요구하는 도전적 과제이지만 꼭 실행돼야 한다. 특히 농업은 탄소 배출원이자 흡수원으로써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박병홍 농촌진흥청장이 올해 초 ‘2050 탄소중립 실현 농업기술 개발과 현장보급 추진전략’ 정책브리핑을 발표하며 한 말이다. 탄소배출 감축과 안전한 농산물 생산을 위해 지속 가능한 농업 시스템으로의 전환은 전 세계적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이러한 시점에서 제주 밭담이나 담양 대나무밭 등 우리나라가 보유한 세계중요농업유산 5개소의 가치는 더욱 의미가 있다. 지난 2014년 완도 청산도 구들장 논 농업 시스템을 시작으로 2020년 담양 대나무밭 농업 시스템까지 총 5개소가 세계중요농업유산(GIAHS)에 등재돼 있다. 세계중요농업유산은 유엔(UN) 산하기관인 국제연합식량농업기구(FAO)가 전 세계 전통적 농업 시스템과 경관, 생물다양성, 토지 이용 체계를 보전하기 위해 도입한 제도다. 지속 가능한 농업을 성취하고 식량안보와 빈곤 완화에 공헌하는 농촌 개발이 목표다.
정명철 국립농업과학원 농촌환경자원과 박사는 “세계중요농업유산 등재의 기준에는 주변 생태계를 해치지 않는 친환경 조성이나 농업 생물의 다양성 보전 등 지속 가능한 조건들이 포함돼 있다”며 “우리나라 제주 밭담의 경우 밭담을 좋아하는 농업 생물들이 주변에 살 수 있어 생물 다양성 보전에 큰 역할을 하며, 제주 전역에 쌓인 밭담 길이(약 2만2000㎞)는 중국 만리장성보다도 길다”고 했다. 이어 “인류가 추구해야 할 지속 가능성의 목표 도달에는 화학비료와 농약을 많이 사용하는 현대농업이 아닌 이러한 전통적인 친환경 농업유산이 기여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제주 밭담 농업 시스템
제주밭담. [농촌진흥청 제공] |
화산섬인 제주도는 농업 환경이 매우 척박하다. 애써 땅을 일궈 농사를 지으려 해도 바람이 세어 흙이 날아가고 수분이 빨리 증발하기 때문이다. 농촌진흥청의 ‘세계중요농업유산 모니터링과 평가 안내서’에 따르면 제주 도민은 열악한 자연환경을 극복하기 위해 땅에서 골라낸 돌로 밭담을 쌓았다. 이렇게 조성된 밭담은 바람을 갈무리해 흙과 씨앗의 유실을 방지하고, 작물이 쓰러지는 것을 막는 등 다양한 역할을 해냈다. 탁월한 농업 경관과 전통지식, 생물다양성 등의 가치를 인정받아 지난 2014년에는 세계중요농업유산에 등재됐다.
▶완도 청산도 구들장 논 농업 시스템
[농촌진흥청 제공] |
전라남도 완도군 청산도는 경사지가 많고 돌이 많으며 물이 쉽게 빠지는 땅이기 때문에 농사를 짓기 어렵다. 이에 농업인들은 독특한 논 개간기술과 지하통수로를 이용한 수리관개기술을 개발, 섬 곳곳에 구들장 논을 만들어 벼농사를 지었다. 17세기에 시작되어 20세기까지 지속적으로 개간된 구들장 논은 토지와 수자원을 효율적으로 이용하기 위한 전통 농업기술의 산물이다. 2014년 세계중요농업유산으로 등재됐다.
▶하동 전통차 농업 시스템
[농촌진흥청 제공] |
경상남도 하동의 차(茶)농업은 신라시대 당나라에서 들여온 차씨를 지리산에 심으면서 시작됐다. 1200여년 동안 차농업을 유지해온 하동은 우리나라 차문화의 종가(宗家)이다. 주민들은 자연과 공생하는 전통 농법을 이행하고 있으며, 산비탈에 형성된 야생에 가까운 차밭은 주변의 자연환경과 조화를 이룬다. 2017년에 세계중요농업유산에 등재됐다.
▶금산 전통 인삼농업 시스템
[농촌진흥청 제공] |
충청남도 금산 인삼은 고려 때부터 세계에 널리 알려져, 한국 인삼의 대명사로 불린다. 지금도 수삼을 비롯해 인삼 관련상품의 80%가량이 금산에서 거래되거나 가공돼 유통되고 있다. 농업인들은 전 과정에서 선대로부터 물려받은 전통 농법을 지켜오고 있다. 금산 인삼농업은 1500년의 역사와 과학적 재배기술, 농업문화 등의 가치를 인정받아 2018년 세계중요농업유산으로 등재됐다.
▶담양 대나무밭 농업 시스템
[농촌진흥청 제공] |
전라남도 담양은 대나무 주산지이자 죽세공예의 본고장이다. 400년 전부터 전라도 일원의 장인들이 부채 등을 생산했다. 담양 사람들은 대나무를 논이나 밭에 심는 작물처럼 여긴다. 대나무밭을 새로 조성할 때 밭두렁부터 고랑을 판 후 인분을 고랑에 붓고 왕겨를 덮는 전통적인 재배기술을 전승해오고 있다. 오랜 역사성, 생물다양성 등의 가치를 인정받아 2020년 세계중요농업유산에 등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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