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소하고 달콤한 빵도 나트륨 높아
맛 기준 대신 식품의 영양성분표 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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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육성연 기자]“빵은 굉장히 짜요.” 싱겁게 먹기 실천 연구회의 창립자 김성권 교수의 말이다. 김성권 서울대학교 명예교수는 최근 tvN 예능프로그램 유퀴즈 온 더 블럭에 출연, “의외로 소금이 많은 음식은 빵”이라며 “빵을 부드럽게 만들기 위해서는 반죽시 소금이 필요하므로 부드러운 빵은 소금이 많다”고 설명했다. 이에 진행자 유재석은 이러한 사실을 몰랐다는 듯한 놀란 표정을 지었다.
[tvN 방송 캡처] |
유재석뿐 아니라 대부분 사람은 우리가 먹는 음식에 나트륨이 얼마나 들어있는지를 잘 모른다. 이는 ‘숨어있기’를 잘하는 나트륨 때문이다. 나트륨은 라면처럼 ‘대놓고’ 짠맛을 내는 음식에도 있지만, 고소하거나 달콤한 맛에도 잘 숨어있다. 소금이 기름에 녹아 있을 때는 짠맛이 잘 느껴지지 않을 수 있다. 또한 초콜릿처럼 달콤한 맛이나 새콤한 신맛에도 잘 숨는다. 이 때문에 “짠 음식은 잘 먹지 않는다”고 말하는 이들 중에는 실제로 많은 나트륨을 먹고 있을 수 있다. 우리가 간과하기 쉬운 나트륨의 ‘함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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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대표적인 경우가 빵이다. 기본으로 들어가는 버터나 베이킹소다는 나트륨 함량을 높이는 요소이기 때문이다. 심심한 맛을 내는 식빵에도 나트륨이 꽤 들어간다. 식품의약품안전처 영양성분 자료에 따르면 1회 제공량 기준으로 식빵 100g당 나트륨 함량은 468㎎으로, 이는 1일 영양성분 기준치(2000㎎)의 23%에 해당한다.
고소한 크로아상도 150g당 나트륨 함량이 685㎎(1일 기준치의 34%)에 달하며, 베이글은 120g당 834㎎(1일 기준치의 24%), 모닝빵은 100g당 394㎎(1일 기준치 17%)이 들어있다. 특히 이러한 빵들은 담백한 맛 때문에 햄이나 치즈, 마요네즈 등을 첨가하기 쉬우나, 이럴수록 나트륨 함량은 더욱 높아진다. 햄치즈 샌드위치(240g)의 경우, 나트륨 658㎎(1일 기준치 33%)이 들어있으며, 소시지빵(110g)에는 555 ㎎(1일 기준치 28%)이 함유돼 있다.
달콤한 빵도 마찬가지다. 머핀 한 개(130g)만 먹어도 나트륨 534㎎(1일 기준치 27%)을 섭취하게 되며, 치즈케이크 100g에도 200㎎의 나트륨이 들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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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자 역시 치즈나 페퍼로니 등의 기름에 소금이 녹아있어 의외로 나트륨 함량이 높은 식품이다. 지난해 소비자시민모임이 시중에 판매 중인 냉동피자 16개를 조사한 결과, 냉동피자 한 판의 평균 나트륨 함량은 1551.9㎎으로, 이는 1일 영양성분 기준치의 77.6%에 달했다.
베이커리류 외에도 주의할 음식은 여럿 있다. 달콤한 맛만 나는 꿀떡에도 100g당 나트륨이 275㎎ 들어가며, 해물 토마토스파게티 1인분(500g)에도 김치찌개와 비슷한 수준의 나트륨(1533㎎)이 있다.
강북삼성병원 영양팀의 최진선 영양사는 “빵을 비롯해 베이컨이나 소시지, 피자, 피클에도 나트륨이 많이 들어있다”며 “나트륨을 과다하게 섭취하면 고혈압이나 심장질환, 콩팥질환, 위암 등의 위험이 커진다”고 말했다.
식단에서 나트륨 섭취량을 조절할 때는 혀가 판단하는 짠맛 대신, 영양성분표의 정확한 나트륨 함량을 확인하는 것이 권고된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한국인의 1일 평균 나트륨 섭취량은 3274㎎(2019년 기준)이며, 이는 세계보건기구(WHO) 권고량(2000㎎)을 크게 뛰어넘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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