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사때도 동시에 TVㆍ스마트폰 시청 피해야
맛 제대로 못 느껴ㆍ과식 및 소화 방해
오래 씹고, 즐겁게 대화하는 식사 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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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육성연 기자] 영화도 아닌, 일상에서 좀비가 등장한다. 다른 일에 정신을 빼앗겨 음식을 바라보지도 않고 먹는 시간이 바로 그 순간이다.
미국의 심리학자 수잔 앨버스(Susan Albers)는 저서 ‘다이어트에 실패하는 50가지 이유’에서 이를 ‘좀비(zombi) 식사’라고 정의했다. 영화에 등장하는 좀비는 의식이 없는 상태에서 맹목적으로 생물체를 잡아먹으며 배부름도 느끼지 못한다. 수잔은 좀비처럼 의식없이 식사하는 상태를 ‘좀비 식사’로 표현한 것이다. TV나 스마트폰을 보면서 밥을 먹거나, 책상에 밥상을 차려놓고 일을 하면서 먹는 행위가 해당된다.
동시에 하는 두 가지 일을 효율적 시간활용으로 여길 수 있으나, 영양학자들은 건강과 체중감량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한다. 더욱이 뇌신경과학자들의 최근 연구에 따르면, 우리의 뇌는 멀티태스킹(multitasking, 다중 작업)을 좋아하지 않는다.
다른 일에 정신을 빼앗긴 채 음식을 먹는 일은 정신적, 신체적으로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123RF] |
뇌과학적으로 멀티태스킹은 뇌에 부정적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멀티태스킹이 인지 능력이나 작업 능력을 떨어뜨리는 등 뇌 영역의 손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연구들이 보고되고 있다. 실제로 영국 서섹스 대학의 연구(2014)에서는 멀티태스킹을 자주, 그리고 오랫동안 해온 사람일수록 뇌에서 회백질의 밀도가 줄어드는 경향이 나타났다. 회백질 밀도는 두뇌의 작업 처리 능력과 관계가 있다.
국제학술지 네이처(2020)에서는 미디어 멀티태스킹 시간이 길수록 주의력과 기억력이 심각하게 떨어졌다는 미국 스탠퍼드대 등의 공동 연구팀 논문이 실린 바 있다. 또한 멀티태스킹은 스트레스를 유발해 정신건강에도 좋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밥을 먹으면서 다른 일을 하는 것도 일종의 멀티태스킹이다. 이는 음식에 집중하는 것을 방해해 여러가지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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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양 조절을 실패하기 쉽다. 음식에 대한 주의력을 떨어뜨리기 때문이다. 인지심리학자들에 따르면, 식사를 인지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식사 도중 TV나 스마트폰, 업무 등을 동시에 할 경우 신경을 빼앗겨 배가 부르다는 생각을 제대로 못하게 된다. 과식이 반복되면 위장기능도 떨어지면서 소화가 어렵거나 위장질환 위험이 커진다.
전은복 글로벌365mc대전병원 영양사는 “스마트폰을 보면서 밥을 먹으면 식사량이나 속도 조절에 실패하기 쉬워 더 많은 양을 먹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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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자나 영양학자가 공통적으로 권장하는 건강한 식사는 오로지 식사에만 집중하는 것, 그리고 다른 사람들과 대화를 하면서 식사 시간을 즐기는 일이다. 실제로 건강식으로 유명한 지중해식 역시, 건강한 식재료와 함께 중요한 기본 원리가 바로 대화하면서 먹는 식사법이다. 느긋하게 대화를 하면서 밥을 먹는 지중해 연안 사람들은 이 과정에서 두뇌 활동이 활발해지고, 정서적 만족감도 얻는다.
혼자 다른 일을 하면서 밥을 먹는 것 대신, 누군가와 즐겁게 식사하는 행위는 정신적 행복도 높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내에서 ‘행복 연구가’로 알려진 서은국 연세대 심리학과 교수는 저서 ‘행복의 기원’에서 “행복을 찾아가는 건 어렵지 않다”며 “행복하길 원한다면 좋은 사람들과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서 뇌에 즐거움을 자주 심어주라”고 조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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