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마·도곡렉슬 ‘학군지 아파트’도 전셋값 뚝
“다양한 평형 모두 전셋값 내려…호가 잠잠”
전문가 “강남 전세, 내년 상반기는 돼야 회복”
[연합] |
[헤럴드경제=고은결 기자] #.강남구 주민 A씨는 매매가 시세 20억원대의 개포동 구축아파트를 5억원대에 세입자를 들인 상태다. 전셋값이 집값의 4분의 1 수준이지만, A씨는 앞으로 5억원에 들어올 세입자를 구하는 것도 힘들 수 있다고 본다. 그는 “인근 입주 물량도 많고, 더 길게 보면 인구도 줄어들 텐데 학군지 전세 수요를 이끄는 학구열이 지금 같을지도 모르겠다”며 “전셋값이 지금보다 더 떨어질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에서 전세가율(매매가격 대비 전세 가격 비율)이 가장 낮은 강남구의 부촌 아파트 전세 거래 가격이 최고가 대비 수억원씩 떨어지고 있다. 고금리, 입주 폭탄에 거래량이 많은 학군지 아파트 전셋값도 곤두박질치며 강남구 전세가율이 40% 선까지 위협받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16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1월 1일부터 2월 15일까지 강남구에서 전세 거래량이 가장 많은 단지는 52건의 거래가 신고된 대치동 은마아파트다. 그러나 지난해 같은 기간 거래량(108건)과 비교하면 반 토막 난 수준이다. 고금리와 입주 물량 증가 등으로 거래가 크게 줄며 전셋값 하락폭도 두드러졌다.
이달 10일 은마아파트 전용 84㎡는 4억7000만원(1층)에 전세 계약이 이뤄졌는데, 이는 2021년 11월 기록한 최고가 12억2000만원(3층) 대비 60% 이상 하락한 가격이다. 전용 76㎡의 경우 지난 7일 3억5000만원(14층)에 전세 거래가 체결되며 3억원대까지 내리기도 했다.
도곡동 도곡렉슬은 전용 85㎡는 이달 11일 12억6000만원(12층)에 전세 계약서를 썼다. 같은 평형 전셋값은 지난해 9월에는 19억원(15층)으로 최고가를 기록한 바 있다. 전용 119㎡는 지난달 14억5000만원(24층)에 전세 계약이 이뤄졌는데, 지난해 12월까지만 해도 20억원대에 전세가 거래된 바 있다.
도곡동의 한 부동산 중개업소 관계자 A씨는 “도곡렉슬 전용 59㎡는 고층이 6억원 초반대까지 조정이 가능한 급전세 매물도 있다”며 “원래 집값과 비교하면 전셋값이 낮은 편인데, 다양한 평형 모두 (전세) 가격이 더 빠졌다. 주변 환경은 좋지만, 시장 상황이 안 좋고 구축이라 호가가 크게 오르지도 않고 있다”고 말했다.
강남구 주요 학군 아파트는 물론, 고금리와 강남권 입주 물량 폭탄은 역전세난 도화선이 됐다. 당장 개포자이프레지던스 전세 급매물이 어느 정도 소화되더라도 올해 내내 인근 전셋값이 부진할 수 있다. 이달 말 개포자이프레지던스(3375가구)의 뒤를 이어 8월 서초구 래미안원베일리(2990가구), 11월 강남구 디에이치퍼스티어아이파크(6702가구) 등이 줄줄이 입주 예정이기 때문이다.
이런 양상이 지속되면 강남 전세가율이 40%선에 가까워지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강남구 전세가율은 지난 2018년 9월 48.9%를 기록하며, KB국민은행이 시군구별 통계를 공표한 2013년 4월 이후 처음으로 40%대로 떨어진 바 있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 대표는 “올해는 강남 전세가율이 40% 밑으로 내려갈 가능성도 있다”며 “대출 이자 부담, 강남권 입주 물량을 감안하면 올해 내내 인근 아파트 매매와 전세 모두 죽을 쑬 것으로 보인다. 입주 일정을 고려하면 내년 상반기는 넘어가야 전세가 조금씩 회복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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