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사기 우려 지속되며 관련 서비스 관심
정부앱, 아직 오피스텔·지방 시세 확인 불가
“보증보험 여부 사전 확인 등 정보 강화해야”
[연합] |
[헤럴드경제=고은결 기자] #. 직장인 A씨는 최근 전셋집을 구하는 과정에서 전세 거래 위험도를 자세히 알기 위해 10여만원을 아낌없이 썼다. 1건당 약 1만원 정도를 내는 전세 보고서 서비스를 11차례나 신청해 꼼꼼히 따져본 것이다. 부동산 지식이 깊은 편도 아니고, 공연히 공인중개사 말만 믿기도 꺼림칙해 차라리 돈을 내고 걱정 없이 살겠다는 생각에서다.
대출금리 인상과 잇따른 전세 사기 사건 여파로 전세 선호도가 크게 저조한 가운데, 직접 비용을 지불하며 전세 물건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파악하려는 이들도 늘고 있다. 정부가 ‘안심전세’ 앱을 내놓고 관련기관 홈페이지 등에서 전세 사기 예방 방법 등을 대대적으로 홍보하고 있지만, 살펴보고 있는 매물 주소가 안 나온다거나, 아직은 100% 신뢰하기 어렵다고 판단해 직접 손품을 파는 것이다.
23일 주거 정보 플랫폼 집품 측에 따르면 지난달 유료 서비스인 보증금 분석 리포트를 신청한 건수는 지난해 11월 대비 400% 증가했다. 이는 전세 매물에 대한 등기부등본과 건축물대장 정보를 기반으로 보증금 위험도, 소유권 침해 내역, 보증금 관련 분쟁 등을 파악해 제공하는 보고서다.
회사 관계자는 “전세사기 이슈가 심각해진 지난해 말부터 이용자가 급증하고 있다”며 “정부의 안심전세 앱은 현재 시세 등을 제공하는 주소가 한정적인데, 지역·주거 유형에 관계 없이 정보를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호응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세입자들 사이에서는 이 같은 유료 자문 서비스 외에도 지지옥션의 ‘내 전세금 지키기’ 무료 교육, 프롭테크 기업 아이엔의 ‘임차in’ 앱 등 다양한 민간 서비스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정부가 전세 사기 근절을 위한 조치로 ‘안심전세’ 앱을 내놓고, 전세사기 예방 절차도 홍보하고 있지만 아직 충분치 않다고 보는 이들이 적지 않은 것이다.
현재 안심전세 앱은 전세보증금 가격을 파악할 수 있도록 수도권 내 다세대・연립주택, 50가구 미만 소형 아파트 시세를 제공하고 있다. 아직은 주거용 오피스텔, 지방광역시 등까지 시세 제공 범위가 넓혀지지 않았고, 하반기 업데이트를 통해 추가한다는 계획이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안심전세 앱' 기능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 |
이런 가운데 사고가 계속되며 전세 거래는 위축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달 전세보증사고금액은 2232억여원으로, 전월 대비 21.9% 증가했다. 이는 지난해 8월 집계를 시작한 이래 가장 높은 수치였다. 또, 지난달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집주인을 상대로 신청한 강제경매 건수는 107건으로 전월(57건)에 비해 2배가량 늘었다. 그만큼 전세금 반환보증 사고가 늘었다는 뜻이다.
사고 우려에 빌라 전세 거래도 죽을 쑤고 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연립·다세대(빌라) 전세 거래량은 22일 기준 3822건이었다. 지난해 11월 5087건, 12월 4507건에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다.
상황이 이렇자 전문가 사이에서는 정부의 전세 거래 관련 정보 제공이 보다 강화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서진형 공정주택포럼 공동대표(경인여대 교수)는 “시세 정보뿐 아니라, 세금을 들여서라도 세입자가 얼마에 전세 계약을 체결해야 보증보험에 가입할 수 있는지 사전에 알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며 “(이런 시스템이 갖춰지면)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전세금을 떼먹은 집주인 대신 갚는 돈도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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