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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빵집서 10만원 쓸줄…” 쫄깃·꾸덕 베이글 ‘열풍’, 왜? [식탐]
베이글전문점 매장에서 소비자들이 계산을 하기 위해 줄을 서고 있다. [런던베이글뮤지엄 인스타그램 캡처]

[헤럴드경제=육성연 기자] “제가 빵집에서 10만원 넘게 쓸 줄은 몰랐습니다.”

직장인 신모(31) 씨는 최근 서울 종로구 안국역 인근에서 부모님과 언니네 식구까지 주문을 받아 한꺼번에 빵을 구입했다. 아침부터 한 시간을 기다렸다는 그는 “이렇게 고생해서 줄을 섰는데, 이 정도는 사야죠”라고 말했다.

신씨가 대량 구입한 빵은 다름 아닌 베이글이다. 최근 베이글은 ‘식사빵’ 이라는 베이커리 트렌드와 MZ세대 취향에 맞는 독특한 식감으로 열풍에 가까운 인기를 얻고 있다.

이제는 더이상 ‘뉴요커가 먹는 빵’이라는 수식어도 붙지 않는다. 대신 ‘베이글 맛집’, ‘몬트리올 타입’, ‘뉴욕 타입’ 등 맛에 대한 ‘심오한’ 평가가 더해질 뿐이다.

식사빵 트렌드·화려한 토핑에 ‘쫄깃·꾸덕’ 식감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3장) 아이엠베이글, (왼쪽 하단 1장) 런던베이글뮤지엄 [업체별 인스타그램]

사실 베이글의 인기는 뒤늦게 찾아온 유행이라 할 수 있다. 새로운 빵도 아니고, 크로플(크루아상+와플)처럼 기존의 빵이 색다르게 변형된 것도 아니다. 베이글이 한국에 들어온 지는 오래됐지만,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비주류 베이커리 제품 중 하나였다. 유난히 달콤하고 부드러운 빵을 좋아하는 한국인 특성상, 오래 씹어야 하고 담백한 맛이 전부였던 베이글은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이러한 베이글의 위상이 달라진 것은 식사빵 트렌드와 연관된다. 코로나19 확산 후 한끼를 대신할 수 있는 담백한 식사빵 수요가 증가한 것이다. 시장조사기관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식빵, 베이글 등 식사빵에 해당하는 ‘제품형 플레인빵’의 2022년 시장 규모는 1227억원으로, 2018년에 비해 62% 성장했다. 씹으면 씹을수록 고소해지는 베이글의 매력은 이전에 비해 더 많은 사람에게 전달됐다.

특히 베이글은 다양한 식사빵 중에서도 크림치즈 토핑이 가장 어울리는 빵이다. 기본 맛부터 바질, 시나몬, 쪽파, 양파, 무화과, 흑임자, 초콜릿, 블루베리 등 종류를 골라먹는 재미도 있다. 크림치즈 대신 잠봉버터 또는 감자치즈를 넣는 등 그 활용법도 무궁무진하다.

토핑 선택의 즐거움은 ‘도넛’의 유행과 유사하지만, 베이글은 도넛보다 ‘쫄깃쫄깃한’ 빵에, 도넛 크림보다 ‘꾸덕꾸덕한’ 크림치즈가 들어간다. 쫄깃함과 꾸덕함은 최근 MZ세대에게 가장 인기인 식감이다.

베이글전문점 속속…‘뉴욕 vs 몬트리올’ 파벌도 등장
전통 뉴욕 방식인 아이엠베이글(왼쪽)과 몬트리올 방식의 코끼리베이글 [각사 인스타그램 캡처]

베이글이 본격적으로 유행하기 시작한 것은 인기 ‘베이글 전문점’의 등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KB국민카드가 2019년부터 2022년까지 ‘디저트 전문점’의 카드 매출액을 분석한 결과, 디저트 전문점의 총 매출액 중 베이글(216%)의 성장세가 가장 두드러졌다. 이미 유행 중인 도넛은 물론 아이스크림, 케이크 등의 다른 품목보다 가맹점 수와 매출 증가율이 월등히 높다는 것이 KB국민카드의 분석이다.

이쯤 되면 한국 누리꾼 선정, ‘베이글 맛집’ 또는 ‘서울 베이글 3대장’ 목록도 자연스럽게 나온다. 애호가 사이에서는 런던베이글뮤지엄·코끼리베이글에 마더린러베이글 또는 니커버커 베이글이 서울 3대 베이글 맛집으로 입소문이 났다. 이 외에 아이엠베이글, 에브리띵베이글, 라스베이글 등 베이글 전문 브랜드가 잇따라 출점하고 있다. 심지어 주말에는 종류당 최대 3개 등 구입 개수의 제한을 걸어놓은 매장도 생겼다.

‘베이글 좀 먹어본’ 소비자 사이에서는 미국 정통 뉴욕파, 캐나다 몬트리올파 등 소위 ‘베이글 파벌’까지 등장했다. 몬트리올식 베이글은 크기가 상대적으로 작으며, 화덕에서 구워내 겉은 바삭하고 속은 부드러운 것이 특징이다. 뉴욕식은 촉촉하면서 밀도 높은 쫀득함을 지녔다.

프랜차이즈 베이커리·백화점·호텔도 주목
허진수 SPC그룹 글로벌BU장 겸 파리크라상 사장이 타마라 모휘니 주한캐나다대사에게 캐나다 밀을 활용한 ‘두번쫄깃 베이글’을 설명하고 있다. 왼쪽은 파리바게뜨의 ‘두번쫄깃 베이글’ 모습. [SPC그룹 제공]

대기업들도 움직이고 있다. SPC그룹의 파리바게뜨는 자체 기술로 개발한 ‘두번쫄깃 베이글’을 올해 2월에 출시, 캐나다대사관 관계자가 참석한 체험 행사까지 진행하며 홍보에 집중했다. 해당 베이글은 출시 한 달 만에 판매량 200만 개를 돌파했다. 하루에 7만개 이상씩 팔린 셈으로, 이는 스테디셀러인 단팥빵·소보루빵의 일판매량을 넘어선 이례적 수치다. 파리바게뜨 관계자는 “국내 베이글 시장이 성장하는 가운데, 파리바게뜨도 베이글을 새로운 식사빵으로 대중화하고자 한국인이 좋아하는 부드럽고 촉촉한 식감을 강화했다”고 말했다. 베이글이 내용물에 따라 식사 대용식이나 디저트 등 메뉴 확장성이 높다고 판단한 파리바게뜨는 베이글 라인업을 대폭 늘려나갈 계획이다.

신세계푸드의 ‘베이글 식빵(왼쪽)’과 제주 씨감자를 사용한 제주신라호텔의 베이글 [각사 제공]

신세계푸드도 식사빵 트렌드에 충실한 ‘베이글 식빵’을 내놓았다. 베이글 특유의 쫄깃함을 식빵에 접목한 제품이다. 신세계푸드 관계자는 “식사빵을 구입해 집에서 직접 샌드위치, 토스트 등을 만들어 먹는 집빵 트렌드가 확산되면서, 크림치즈, 잼 등과 곁들이기 좋은 베이글이 호응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제주신라호텔 또한 호텔 제빵사들이 6개월 동안 개발, 제주 씨감자를 사용한 베이글을 선보였다. 롯데백화점은 런던베이글뮤지엄 매장을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몰 1층에 331㎡(약 100평) 규모로 오픈할 예정이다.

제빵업계 관계자는 “국내 식사빵 시장이 어느정도 자리를 잡으면서 베이글의 수요는 더욱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gorgeou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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