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산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모습 [연합]

[헤럴드경제=이준태·서영상 기자] 전세매물의 매매 전환이 급물살을 타며 매매 물량이 올해 최대치를 나타내고 있다. 서울 집값이 반등하자 오른가격에 아파트를 처분해 현금화하려는 집주인들이 늘어난 것으로 해석된다. 이 과정에서 매수자와 매도자 사이의 선호 가격 차이가 벌어지면서 거래가 이뤄지지 않아 매물 적체가 이어지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25일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에 따르면, 이날 시장에 나와 있는 아파트 매매 매물은 6만7486건이다. 지난 19일엔 6만8122건으로 올해 최대량을 보였다. 지난 1월1일 기준으로 서울 아파트 매매 매물은 5만513건이었는데 5만건을 오가던 올 초와 비교하면 약 33% 오른 수치다.

반면, 지난 1월1일 서울 전세 매물은 5만4666건이었는데 25일 기준 아파트 전세 매물은 3만1975건으로 올 초에 비해 약 58% 수준으로 줄었다.

전문가들은 올 초 급매물이 소진되며 강남 4구(강남·서초·송파·강동)를 중심으로 신고가를 경신하는 거래까지 나오자 전세에서 매매로 갈아타려는 움직임이 포착됐다는 설명이다. 지난해 하반기만 해도 아파트 매매가가 오르길 바라며 전세를 내주고 가격 추이를 관망하는 집주인이 많았지만 최근들어 내심 기대했던 가격선까지 매매가가 오르자 다시 매매 물건으로 내놨다는 설명이다.

33.9% 매매 물량이 증가한 송파구 잠실동 공인중개사 A씨는 “집주인들이 ‘이 정도면 팔아도 되겠다’ 하는 수준에 도달하자 전세에서 매매로 갈아탄 경우가 있다”며 “급매가 소진되며 종전 최고가의 85%까지 가격을 회복하자 매물을 팔려고 내놓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강남구 개포동 래미안포레스트 인근 공인중개사 B씨는 “올 초 개포주공4단지(개포자이프레지던스) 급매가 나오면서 전용면적 84㎡ 기준 20억원 선까지 떨어지자 집주인들이 전세를 내주며 추이를 관망했다”면서도 “가격이 상승하자 이달 초부터 매매 매물이 나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 자치구 별로 매매 매물 수를 6달 전과 비교해보면 광진구에선 911건에서 1533건으로 68.2% 증가해 제일 높은 수치를 보였다. 이어 강남구가 3924건에서 6533건으로 증가해 66.4% 올랐다. 이어 ▷서초구 47.6% ▷중구 45.4% ▷동작구 40.1% 순이었다.

다만 매매 매물이 크게 늘어난 것에 비해 거래가 크게 늘지는 않고 있다. 서울 부동산정보 광장에 따르면 아파트 매매 거래량은 올해 1월 1413건에서 지난달 3747건으로 증가했다. 하지만 과거 평년수준에는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다. 아파트 매매가 최고가를 기록하기 전인 2021년 7월에는 4680건이었고 그 전에는 평균 6000여건에 달했다.

여경희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오른 호가에 매수자들이 섣불리 달려들지 않으면서 매도자와 매수자 사이의 눈치싸움이 발생했다”며 “이에 매물 적체로 이어졌을 수 있다”고 했다.

김효선 NH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호가가 계속해서 올라가면 매수자들은 거래에 나서지 않을 수밖에 없다”며 “매수자 입장에서도 실수요 중심으로 움직이다보니 저가 매물들이 나오면 매매를 하는 모양새다. 매도자들도 신고가가 경신되자 집을 매매로 매도하려는 추세를 보인 것 같다”고 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