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행법상 성폭행 미수도 강제퇴거 어려워
상습적 피해 입히면 계약 해지 가능토록
서울 용산구에 위치한 한 청년주택 엘리베이터에 붙어 있는 경고문 [사진=독자 제공] |
[헤럴드경제=박자연 기자]“다른 입주자에게 피해를 줘도, 소음이 심해도, 정해진 규칙을 지키지 않아도 강제퇴거가 어렵다니, 어렵게 들어온 곳인데 나갈 수도 없고 난감합니다” (공공임대주택 임차인 A씨)
자격 요건 미달 등을 제외하고는 사실상 강제퇴거가 불가능했던 공공임대주택 제도가 개선될 전망이다. 이종배 국민의힘 의원 등 여당 의원 11명은 이같은 내용이 담긴 26일 ‘공공주택 특별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현행법에 따르면 임차인이 거짓으로 공공임대주택을 임대받은 경우나 자산 또는 소득이 자격요건을 초과하는 경우 등 일정 사유에 한해서만 공공주택사업자가 임대차계약을 해제·해지하거나 재계약을 거절할 수 있다. 임차인이 공공임대주택 입주자의 생명·신체 또는 재산에 반복적, 상습적으로 피해를 주는 경우가 나타나도 강제퇴거가 불가능한 셈이다.
앞서 이달 초 경기도 의왕시 행복주택에서는 한 20대 남성이 엘리베이터에서 만난 여성을 주먹으로 여러 차례 폭행하고 성폭행까지 하려다 붙잡혔으나 강제퇴거가 어려운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임차인으로 피해를 입는 사례는 흔하게 나타나고 있다. 특히 청년주택의 경우 두 사람이 한 공간에서 거주하고 있는 ‘셰어형’이 있는데, 이 유형은 민원이 끊이지 않고 있다. 다만 법률 미비로 면담과 구두 경고 외 특별한 제재는 어려운 상황으로 전해진다.
서울 용산구 한 청년주택 입주자는 “어떤 분은 룸메이트가 방과 공용 공간 곳곳에 소금을 뿌렸는데 면담만 하고 넘어갔다고 한다. 이런 특이한 경우 외에도 양해를 구하지 않고 외부인을 초대하거나 새벽에 공용 공간에서 소음을 일으키는 경우도 다반사”라고 말했다. 또다른 입주자는 “반려동물을 키우는 게 금지인데, 민원을 넣어도 경고 뿐이고 딱히 제재가 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재산상 피해도 발생하고 있다. 셰어형 청년주택은 관리비는 각자 부담하지만 공과금 중 가스비는 먼저 입주한 사람이 선부담하고 나중에 들어온 입주자가 차액을 내는 방식으로 부담한다. 그런데 나중 입주자가 이 비용을 주지 않아 선부담한 입주자가 피해를 보고 있는 상황도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서울주택도시공사 관계자는 “주민 자치규약이나 계약서 상 해당 내용이 있다고 해도 법적 근거조항이 없어 강제퇴거는 사실상 어렵다”고 했다.
이에 개정 발의된 법률안은 공공임대주택 입주자가 다른 입주자에게 재산상, 신체상 피해를 상습적으로 입히면 강제퇴거를 가능케 하는 내용을 담았다. 개정안을 대표발의한 이종배 의원실 관계자는 “당초 범죄 행위를 한 사람만 강제 퇴거 대상으로 한정했는데, 이밖에 피해도 많은 것으로 전해져 대상을 확대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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