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동대문구 경희대 정문 앞 거리를 시민이 지나가고 있다. 이준태 기자

[헤럴드경제=이준태·서영상 기자] “지난 1월 회기역 인근에 집을 구했습니다. 이 근방 학교를 졸업했고, 싸다고 생각했던 지역이었어요. 전용 23㎡에 보증금 3000만원에 월세를 55만원이나 달라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지금도 전세는 전세 사기 때문에 가기 싫습니다.”(20대 직장인 김모 씨)

대학가에선 지난해 말 덮친 전세 사기와 역전세난(亂) 여파가 이어지고 있다. 전세 가격은 유지하거나 낮아지고 월임대료는 상승하고 있다. 하지만 전세보증금을 반환받지 못할 우려로 전세계약을 주저한다는 것이다.

지난 24일 찾은 서울 동대문구 회기역 인근은 경희대와 한국외국어대, 서울시립대 등 대학교가 모여 있어 ‘원룸촌’이 형성된 곳이다. 하지만 개강시기가 다가왔음에도 자취방을 찾기 위한 움직임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이전에는 방학이면 새로 생활할 곳을 찾고자 원룸촌 인근 공인중개업소엔 학생들과 부모들로 문전성시를 이뤘다.

이곳 공인중개사들은 거래 자체가 뜸하고 학생들이 전세를 찾는 움직임은 여전히 ‘제로(0)’에 가깝다고 입을 모았다. 서울시립대 인근 공인중개업소 관계자 A씨는 “현재 이곳 23㎡(7평) 원룸 하나를 임차하려면 보증금 1000만원과 월 65만원을 지불해야 한다. 2년 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시기와 비교해 5~10%, 많은 곳은 20%까지 상승했다”며 “경기가 어렵고 임대료가 오르자 학생들도 기존 집에서 다른 집으로 옮기려는 분위기도 없다”고 토로했다.

전반적으로 회기역 인근 원룸 시세는 코로나19가 기승을 부리던 지난 2021년과 비교해 10만~20만원가량 상승했다. 그렇지만 집주인들은 공사비와 금리까지 오르자 신축 건물을 올릴 여력도 없다는 후문이다. 이에 갈아타기 움직임이 없어 건물 내 방은 다 차 있다. 지상층의 경우 공실을 찾아보기 어렵다.

서울 동대문구 회기동 경희대 인근 원룸 건물들이 모여 있다. 이준태 기자

회기역 2번 출구 주위로 3.3㎡당 보증금 1000만원일 경우 9만원 내외를 오갔다. 스타벅스 등 상업시설이 모인 1번 출구 인근은 19.8㎡(6평) 원룸 하나당 월임대료를 60만~70만원을 지불하는 곳도 있었다.

실제 데이터상에서도 원룸 임대료는 상승하고 있다. 부동산정보 플랫폼 ‘다방’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주요 대학가 인근지역 평균 월세는 56만7000원(보증금 1000만원 기준)으로 조사됐다. 전년 동기(52만4000원) 대비 8.21% 올랐다.

하지만 전세 가격은 수년 동안 유지 중이란 설명이다. 회기역 인근 19.8㎡ 원룸 평균 전세가는 1억~1억2000만원 선을 넘지 못하고 있다. 집주인들은 청년 한국토지주택공사(LH) 청년대출 등에 우호적이고 주택도시보증공사(HUG) 기준에 맞춰 전셋값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학생들은 여전히 보증금 반환이 되지 않을까 우려가 크다.

대학가 인근 공인중개사들은 세입자의 전반적 인식이 전세에 깊은 불신이 있다고 토로했다. 회기역 인근 공인중개업소 관계자 B씨는 “최근에 한 여성 직장인이 빌라 전세계약을 하려고 버팀목대출을 알아보고자 은행에 갔다. 집주인은 근저당 2억원이 있었지만 채무 상환할 예정이었기 때문에 안전한 물건이었다”면서도 “오히려 은행원이 근저당을 문제 삼으며 불안하다고 의뢰인에게 계약을 하지 말라고 한 적이 있었다. 결국 그 빌라는 보증금 500만원과 월세 90만원에 계약됐다”고 말했다.

전문가는 빌라와 다세대주택에선 월세 선호 현상이 앞으로 지속될 것이라고 평했다. 서진형 공정주택포럼 공동 대표(경인여대 MD상품기획비즈니스학과 교수)는 “빌라나 오피스텔의 경우 월세로 전환되는 현상이 많아질 것”이라며 “학생들도 월세를 찾는 현상이 더욱 심화될 것”이라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