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승세 둔화·지역별 편차 커질 듯
북한산에서 바라본 3기 신도시인 고양 창릉지구의 모습. [연합] |
[헤럴드경제=고은결 기자] #직장인 A씨는 최근 배우자와 상의해 수도권 구축 아파트 매수를 위해 가계약금을 걸었다. 그런데 바로 다음 날, 배우자가 하반기 집값이 더 떨어질 수 있다며 가계약금을 포기하더라도 매수를 다시 생각해 보자고 마음을 바꿨다. A씨도 바닥을 치고 오르는 듯했던 집값이 다시 주춤할 수 있다는 생각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
집값 오름세가 주춤하며 매수자들의 관망세가 짙어지는 분위기다. 지난해 부동산 시장은 고금리 여파에 하락세가 두드러졌지만, 올해 들어선 정부 규제 완화, 집값 바닥론 확산 등으로 서울부터 회복세가 나타났다. 한국부동산원 주간 아파트 매매가격지수 변동률을 보면 서울 아파트값은 작년 5월 말 하락 전환한 뒤 올해 5월 들어 약 1년 만에 상승 전환했다. 이후 서울 아파트값은 19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다만 상승세는 부진하다. 주요 선호단지나 개발 호재가 있는 단지 위주로 상승 기대감은 있지만, 매도인과 매수인 간 희망가격 격차 및 명절 연휴 영향 등으로 상승 폭이 축소된 것이다. 이달 넷째주(25일 기준) 서울 아파트 가격은 0.1% 상승으로 지난주(0.12%)보다 상승 폭이 줄었다. 같은 기간 경기 아파트 가격 상승률도 0.21%에서 0.14%로 감소했다.
고분양가 등으로 ‘집값 바닥론’이 확산하고 있지만, 추세적 상승으로 보기엔 여전히 이르다는 분석도 나온다. 부동산 거래가 아파트에 몰려있고, 예년에 비해 전체 거래량은 여전히 부진해서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한달 559건에 그쳤던 아파트 거래량은 올해 4월(3186건)부터 8월(3833건)까지 다섯달 연속 3000건을 웃돌았다.
서울 송파구 한 아파트 단지 상가 공인중개사 사무실 창문에 아파트 급매물과 상가 임대 등 현황이 붙어 있다. 이상섭 기자 |
이런 가운데 급매물 소진 이후 호가가 오르고, 가격 줄다리기가 벌어지며 매도 물량도 빠르게 늘고 있다. 현재 온라인에 등록된 서울 아파트 매물은 28일 기준 7만5002건으로, 지난달 28일 6만9167건 대비 한 달 만에 6000건 가까이 늘었다. 자치구별로 보면, 서울 25개구 전역에서 매물이 늘었다.
상대적으로 주택 수요가 적은 지방을 중심으로 집값 하락세가 더욱 뚜렷해지면서 양극화가 이어질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실제로 한국부동산원 매매 실거래 통계 기준, 올해 들어 7월까지 서울 아파트값은 11% 오른 반면 지방은 1%대 상승률을 보이는 데 그쳤다.
전문가 사이에서도 지역별로 편차를 보이며 약한 상승 흐름이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고준석 제이에듀투자자문 대표는 “집값 상승 흐름은 유지될 것 같다”며 “다만 지역별 상황은 다를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하반기 들어서도 지방 집값은 안 올랐듯이, 수도권은 광역교통망이 연결되는 곳, 서울은 강남 3구 및 마포·용산·성동구 위주로 우상향하겠지만 다른 지역은 숨 고르기를 할 수 있다”고 했다.
지난 27일부터 특례보금자리론 중 주택가격 6억원 초과 또는 부부합산 연소득 1억원 초과 대상인 일반형 신청접수가 중단되며 매수세가 다소 식을 가능성도 있다. 고 대표는 “특례보금자리론 한도가 축소된 상황 등을 고려하면 실수요자가 많이 몰렸던 노도강 내 거래량이 다소 주춤할 수 있다”고 봤다. 이외에 대출 금리 상승, 이자 부담 증가 등으로 전고점 거래가 잇따르는 상승세는 제한적일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여경희 부동산R114 연구원은 “가격 상승 피로감과 높은 이자 부담, 대출 억제 조치 등에 따른 매수자 관망도 예상되는 만큼, 전고점을 넘어선 거래 비중이 단기간 크게 늘어나긴 어려울 전망”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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