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물 역대 최고…8만개 육박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도심 아파트. [연합] |
[헤럴드경제=박자연 기자]“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해서 집 샀는데 이자 부담에 퇴근하고 편의점 투잡까지 뜁니다. 월에 내야 하는 금액이 벅차 집을 내놨는데 보러오지도 않네요”
미 국채금리 상승 등 영향으로 시중은행 주택담보대출 주담대 금리가 최고 7%선을 돌파하면서 가계 이자 부담 또한 가중되고 있다. 이에 거래를 원하는 아파트 매물도 급격히 쌓이는 중이다. 특히 상대적으로 집값이 비싼 서울 아파트는 매매 매물이 8만채에 육박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부동산 빅데이터업체 아실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매 매물양은 이달 1일 기준 7만3919건을 기록했다. 아실이 데이터를 쌓기 시작한 2020년 1월 이후 가장 많은 수준이다. 서울 아파트 매물은 지난 8월 26일 7만개를 돌파한 뒤 추세적 상승을 이어가고 있다.
매물이 쌓이는 원인 중 하나로는 좀처럼 잡히지 않는 대출 금리가 꼽힌다. 은행권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의 기준이 되는 신규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는 지난달 기준 3.82%로 전월 대비 0.16%p(포인트) 올라 연중 최고치를 기록했다. 국채 10년물 등 채권금리도 지난달 4.3%을 웃돌았다. 이에 따라 시중은행 주택담보대출 고정금리(금융채 5년)는 최고 6%대 중반, 변동금리는 최고 7% 초반 수준을 나타내고 있다.
30대 직장인 이모 씨는 “집을 매수할 때까지만 해도 4%대 초반으로 주담대를 받을 것을 예상했는데 우대금리를 아무리 많이 받아도 5%대 금리더라”면서 “내년에 대출을 받아야하는데 금리만 생각하면 마음이 불편하다”고 토로했다.
서울 아파트 거래량도 떨어졌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9월 기준 아파트 매매 계약 체결 건수는 3361건으로 직전달에 비해 500건 가까이 줄었다. 거래량 감소는 매물이 늘고 있지만, 여전히 가격 부담이 상당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가격이 현저히 낮은 급매물만 거래되는 모습이다.
다만 여전히 강남권 위주로 매매 신고가를 경신하는 단지가 나오면서 매물량 증가, 거래량 축소가 매매가 하락으로 곧바로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은 나온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강남구 송파구 잠실동 전용 59㎡는 지난달 18일 19억5500만원에 거래돼 신고가를 기록했고,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 원베일리 전용 59㎡는 같은 달 29억원에 손바뀜됐다. 래미안 원베일리 전용 59㎡ 분양가는 최고 14억2500만원이었다. 옆 단지인 아크로리버파크 전용 234㎡는 지난달 6일 110억원에 계약이 성사된 상황이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매수를 원하는 이들이 단기 급등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면서 “금리도 여전히 높은 상황에 대출도 여건도 나빠 매물이 쌓이는 것으로 보이는데 이대로 매물이 소화되지 않고 계속 늘면 올 연말~내년 초에 매매가 약세 가능성이 있지만, 매수자들이 급매를 잡으면 시장 방향이 달라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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