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치 기준·비용·실효성 등에 의견 엇갈려
아파트 단지 내 공용공간에 담배꽁초가 버려져있는 모습. [온라인 커뮤니티 캡쳐] |
[헤럴드경제=신혜원 기자] #. 경기도 평택의 A아파트는 단지 내 흡연부스 설치 여부를 놓고 입주민 투표를 진행 중이다. 간접흡연 피해를 호소하는 입주민들의 ‘차라리 부스를 만들어 지정된 장소에서만 흡연하도록 하자’는 의견과, 반대로 ‘흡연부스와 가까운 동은 오히려 피해가 더 커진다’는 의견이 팽팽하게 맞서 논쟁이 벌어지는 양상이다. 흡연부스 설치 기준이 명확히 정립되지 않아 입주민간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 올해 입주한 인천의 B아파트는 최근 입주민 커뮤니티 내에서 흡연부스 설치를 놓고 찬반 설문조사를 진행했는데 설치가 필요하다고 보는 비율이 약 80%에 달했다. 입주민 C씨는 “담배꽁초가 여기저기 버려져있는 모습이 보기 안좋다”며 “부스를 설치하는 게 최선”이라고 말했다.
아파트 내 간접흡연으로 인한 갈등이 지속되며 흡연부스 설치를 고민하는 단지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다만 단지 내 어느 위치에 부스를 놓을 것인지, 몇 개를 둘 것인지 등 설치 기준에 대한 입주민 의견이 엇갈려 실행 단계를 밟기까지의 과정이 어려운 모양새다.
국토교통부가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박상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연도별 간접흡연 피해 민원 현황’ 자료에 따르면 올해 6월까지 2만148건이 접수됐다. 간접흡연 피해 민원건수는 2020년 2만9291건→2021년 3만2731건→2022년 3만5148건 등으로 지속적으로 늘어나는 추세다. 올해 상반기 건수가 이미 지난해 건수의 절반 이상을 기록했다.
이렇듯 간접흡연 피해가 증가하면서 전국의 아파트 단지 곳곳에선 흡연부스를 설치해달라는 입주민 건의가 나오는 상황이다. 현행법상 흡연부스는 소유주 동의를 받고 지자체로부터 행위허가를 받으면 설치가 가능하다. 찬성하는 입주민들은 흡연자들이 화단, 쓰레기 분리수거장, 산책로 등 여러 장소에서 담배를 피는 것보단 부스 내로 흡연구역을 한정짓는 것이 간접흡연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는 의견이다.
반면 흡연부스의 실효성, 설치 위치 및 비용 등의 문제로 반대하는 의견도 적지 않다. 설치 위치에 따라 부스와 먼 동에 거주하는 입주민은 불편함이 커질 수 있고, 수천만원에 달하는 부스 설치 비용 및 관리 비용이 입주민 부담으로 돌아온다는 이유에서다. 또한 저층 거주 입주민들의 경우 흡연부스가 거주동과 가까울 경우 오히려 간접흡연 피해가 커질 수 있다는 견해도 있다. 더욱이 흡연부스는 입주민마다 자신이 거주하는 동 인근에는 설치를 꺼리는 일종의 님비(NIMBY) 현상도 빚어지는 실정이다.
흡연부스 설치를 논의 중인 단지 주민 D씨는 “제가 살고있는 동 바로 앞에 흡연부스를 설치하겠다고 하는데 여름에 마음 놓고 문을 열어놓을 수 있겠냐”며 “저층 입주민 사정도 고려됐으면 좋겠다”고 토로했다.
hwshi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