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급지 갈아타기 목적·영끌족 이자부담 등
서울 용산구 남산 전망대에서 강북 일대 아파트와 빌딩들이 보이고 있다. 임세준 기자 |
[헤럴드경제=신혜원 기자] 경기·인천 등 수도권 지역에서 고점에 아파트를 사들였다가 수천만원에서 수억원의 손해를 보고 파는 ‘손절매’ 거래가 종종 목격된다. 2~3년 전 부동산 호황기에 시세차익을 위한 투자 목적으로 아파트를 매수한 ‘영끌족(영혼까지 끌어모아 집을 구매한 사람)’들이 대출이자 부담을 못 이겨 매도한 것이란 해석이다. 또한, 고점 대비 하락폭이 큰 서울 아파트를 찾아 갈아타기 위한 수요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나온다.
7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경기도 성남시 수정구 ‘위례센트럴자이’ 전용 59㎡(1층)는 지난 3일 10억원에 거래됐다. 해당 아파트 매도자는 지난 2021년 8월 13억원에 사들였는데 2년여 만에 3억원 손해를 보고 되판 셈이다.
안양시 동안구 ‘평촌어바인퍼스트’ 전용 39㎡(3층)는 지난달 11일 3억9800만원에 매매계약이 체결됐는데 같은 아파트는 지난 2021년 9월 4억4400만원에 거래됐다. 2년 1개월 만에 4600만원 가격을 낮춰 매도한 것이다. 평택시 소사동 ‘평택효성해링턴플레이스2단지’ 전용 72㎡(6층) 또한 지난해 10월 3억8300만원에 사들인 집주인이 지난달 3억4800만원에 매도해 3500만원 손해를 봤다.
화성시 영천동 ‘동탄역센트럴상록’ 전용 59㎡(25층)는 9월 말 7억1500만원에 거래됐는데 2021년 5월 8억원에 매매됐던 매물이다.
인천에서도 수천만원대 손절매 사례들이 나타나고 있다. 인천시 중구 운남동 ‘영종센트럴푸르지오자이’ 전용 64㎡(8층)는 지난달 7일 3억5700만원 팔렸는데 매도자는 2021년 7월 해당 아파트를 4억4000만원에 매수했다. 2년 3개월 새 8300만원을 손해봤다.
중구 중산동 ‘하늘도시우미린1단지’ 전용 59㎡(17층)는 지난 9월 말 3억원에 팔렸는데 약 1년 8개월 전인 지난해 1월 매매가격은 3억6000만원이었다.
전문가 사이에선 이렇듯 단기간 내 손해를 보고 되판 사례들은 대출이자 부담 또는 갈아타기 수요 영향이 있었을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주택담보대출 금리 상단이 7%를 넘어서는 등 이자 부담이 커지면서 집값 상승기에 투자 목적으로 대출을 끼고 매수한 수요자들이 ‘울며 겨자먹기’로 매물을 던졌다는 것이다. 아울러, 경기·인천 손절매 거래는 하락폭이 큰 상급지 아파트로 이동하기 위한 갈아타기 목적도 있다는 분석이다.
여경희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투자 목적의 수요자들은 보통 집값이 비싼 지역보다는 중저가 지역에서 매수를 한다”며 “중저가 지역에 젊은 층이 많이 유입이 됐고, 이들의 소득은 상대적으로 많지 않다보니 소득 대비 갚아야할 원리금 부담이 커져 처분하는 걸 서두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다른 집에 입주해야해 급하게 집을 처분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며 “시간적으로 빠르게 매도해야 하는 경우 외에는 개별적인 특수 상황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고준석 제이에듀투자자문 대표는 “집값이 조금 회복되면서 ‘이 기회에 엑싯(exit)하자’는 생각을 가진 수요자들이 있다”며 “그러나 현재는 수도권에서 서울로 갈아타기 위한 손절매 사례가 다수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hwshi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