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보성군 벌교읍 추동리 1054·1074 등 일대. [지지옥션 제공]

[헤럴드경제=신혜원 기자] 2018년부터 6년째 경매 절차를 밟고 있지만 거듭되는 유찰에 가격이 약 129억원에서 19억원까지 떨어진 펜션단지가 있어 시장의 관심이 쏠린다. 전문가 사이에선 최초 감정가 자체가 높았고, 입지나 사업적 측면을 고려할 때 상대적으로 수익성이 낮아 응찰자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2일 경·공매 데이터업체 지지옥션에 따르면 도로, 토지, 건물 일괄매각이 진행되고 있는 전남 보성군 벌교읍 추동리 1054·1074 등 일대는 매각기일이던 지난달 10일(최저입찰가 23억6122만원) 17번째 유찰됐다. 해당 부지는 토지 면적만 6만2397㎡(1만8875평), 건물 면적은 4939㎡(1494평)에 달하는 대규모 펜션단지로 백이산온천지구에 위치해있다.

해당 물건의 감정가는 128억6765만원으로 지난 2018년 3월 경매개시가 결정됐다. 순천북부새마을금고가 판결문을 통해 강제경매를 신청했는데 펜션단지 사업시행자가 공사대금 등의 이유로 대출을 받았지만 돈이 회수되지 않아 경매가 진행됐다.

전남 보성군 벌교읍 추동리 일대 모습. [독자 제공]

2020년 8월 감정가보다 2억원가량 높은 최저입찰가 130억5804만원에 입찰이 시작돼 유찰됐고, 매각 2회차에 그보다 높은 135억6824만원에 진행돼 응찰자가 없었다. 이후 매 회차마다 20%씩 최저입찰가를 낮춰 현재까지 경매가 이어지는 양상이다. 다음달 20일에 최저입찰가 18억8898만원에 진행되는 경매도 유찰될 경우 가격은 15억1118만원까지 떨어진다.

통상 경매시장에서 십여 차례 유찰이 되는 경우는 복잡한 권리관계가 작용하는 경우가 많지만 펜션단지는 그와 다른 사례라는 해석이다. 현재 임차인은 2명으로 보증금이 각 1000만원 수준이고, 배당신청을 하지 않았다. 또한 한 건설사에서 해당 물건에 대해 유치권을 신고한 상태이지만 성립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유치권 신고가 성립되면 낙찰자는 공사대금까지 추가로 인수하게 된다.

강은현 법무법인 명도 경매연구소장은 “130억원 가까이 되는 물건이 19억원 수준까지 낮아질 정도의 권리상 하자는 없다”며 “보성에 있는 펜션단지를 130억원에 매수할 가치가 있는지, 감정가 대비 시세가 적절한지 이런 부분이 유찰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지옥션은 유치권과 관련해 “매각 대상 건물이 2018년 2월 보존등기(강제경매등기의 촉탁)됐고, 이후 등기부등본에 가압류를 하는 등 채권회수를 위한 노력이 없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유치권이 성립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고 관측했다.

전남 보성군 벌교읍 추동리 일대 모습. [독자 제공]

가격 뿐 아니라 건물 및 토지의 활용도도 유찰 요인이 된 것으로 보인다. 백이산온천지구는 2003년 백이산에 게르마늄 성분이 함유된 알카리성 수질이 발견되면서 개발사업이 추진됐지만 지구단위계획 마련 등이 지연되며 십여 년 후에야 착공에 돌입했다. 이후에도 자금 확보에 난항을 겪어 여전히 사업이 지지부진한 것으로 전해진다. 강 소장은 “일부 건물은 준공이 안 된 부분도 있어 결국 이 물건을 어떻게 운영할 것이냐는 문제가 있다”고 했다.

다만 사업주는 “공사는 완료된 상태인데 준공인가를 받지 못했다. 부지가 워낙 넓어 확정측량을 통해 3개 필지로 나눠야하고, 종전 부동산에 대한 등기를 말소시켜야 준공을 받을 수 있는데 채무가 있어 인가를 받지 못했고 경매로 넘어갔다”며 “청정지역인 데다 경관도 좋지만 투자자를 찾지 못해 답답할 뿐”이라고 말했다.

강 소장은 “토지 면적만 놓고 보면 매수를 고려해볼만한 가격까지 내려오긴 했다”면서도 “관건은 펜션 운영 능력이 있는 매수자여야 하고, 현재의 건물 상태로 영업을 할 수 있는지 추가 공사비용이 들어갈 부분은 없는지 현장 임장을 통해 확인해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