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체 조짐에 거래 활성화 이어지진 않을 듯
특히 빌라 영향 적을 듯…“공시가 문제 아냐”
15일 서울 강남구 아파트 일대 모습. 임세준 기자 |
[헤럴드경제=고은결 기자] 서울 서초구에 부부공동명의로 아파트를 보유하고 있는 직장인 A씨는 올해 종합부동산세가 0원이 됐다. 작년 16억4700만원하던 공시가격이 올해 13억1000만원으로 떨어진 영향이다. A씨는 2022년 부부가 100여만원의 종부세를 낸 바 있다. A씨는 내년에도 종부세 부담이 없을 것으로 봤다. 정부가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작년 수준으로 유지키로 지난 21일 발표했기 때문이다.
정부가 내년도 주택·토지 공시가격 현실화율(시세 대비 비율)을 올해와 같은 69% 수준으로 동결하면서 내년에도 이른바 보유세 폭탄은 피할 수 있게 됐다. 정부는 문재인 정부에서 수립한 ‘부동산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 시행 전인 지난 2020년 수준으로 2년 연속 시세 반영률을 고정키로 했다. 전문가들은 보유세 부담을 줄이는 조치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다만 부동산 시장이 재차 침체 조짐을 보이는 상황에서 세부담완화가 거래 활성화로 이어지기에는 역부족일것이라 평가했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공시가격 현실화율 동결로 부동산 보유세 부담이 증가하지 않고 유지돼 국민들의 세 부담이 늘지 않았다”며 “세금 강화로 인한 거래 감소와 시장 변동성을 줄이는 시장 안정효과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올해 주택 가격의 부진 흐름에 공시가격 급락이 예상되는 가운데 공시가격 현실화율 하향 등까지 이뤄지면 일부 주택은 공시가격이 2020년 이전 수준까지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세 부담을 과중하게 하지 않고 안정화하겠다는 것이 현 정부의 의지”라며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무리하게 변화시키는 것은 좋은 생각이 아니다”고 덧붙였다.
다만 실제 매매 시장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유주택자에게 가장 부담스러운 보유세가 올해 수준으로 유지됐지만, 최근 부동산 시장이 다시 주춤한 양상을 보이고 있어서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9월 전국의 아파트 거래는 6만3061건으로, 이는 전월 대비 8.5% 감소한 수치이자 지난 4월(5만8791건) 이후 가장 적은 수준이다. 거래량이 줄며 매물은 쌓여가고 있다. 서울 아파트 매물은 이달 3일 8만452건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날은 7만8883건으로 연초와 비교하면 2만8000여건 늘었다.
다세대·연립주택(빌라)의 거래 활성화 효과도 미미할 것으로 보인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다세대·연립주택은 공시가격이 문제가 아니라, 환금성·전세사기 등으로 시장 수요가 변동했다는 것이 관건”이라며 “아파트는 단순히 비아파트 대비 표준화와 시세 산정이 용이하다는 점뿐만 아니라, 더 높은 주거의 질 덕분에 부각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정부가 원점에서 재검토하겠다고 밝힌 부동산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은 사실상 폐기 수순이 예상된다. 국토부 관계자는 계획을 원점 검토한다는 계획과 관련해 “폐기도 포함해 검토한다”며 “폐기를 예단할 수는 없지만 만에 하나 폐지할 필요가 있다고 결론이 나면, 법 개정안을 발의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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