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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집값 ‘2차 가격 조정’ 공포 확산…악재가 호재보다 많다 [부동산360]
‘40조 정책대출 종료, 고금리에 싹 사라진 수요
경기악화, 대출축소 등 매수심리 최악
입주량 감소, 전셋값 상승 등은 호재
내년 급락 보단 보합 전망 많아

[헤럴드경제=박일한 선임기자] “‘복합불황’ 상태에 빠졌다” 권주안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지난 21일 열린 ‘2024년 건설·주택 경기전망 세미나’에서 현 주택시장 상황을 이렇게 진단했다. 고금리로 인한 자금 수요 감소, 건설 원가 상승으로 인한 공급기반 위축 등으로 수요와 공급이 동시에 어려운 침체 국면이라는 것이다. 그는 내년 주택시장에 대해 “가격, 거래, 공급이 모두 ‘약보합’으로 ‘L’자형 횡보세를 그릴 것”이라고 예측했다.

주택시장에 다시 올 상반기 반짝 상승기를 마감하고 ‘2차 가격 조정기’가 올 것이란 공포감이 확산되고 있다. 고금리 상태가 지속되고 있고, 대내외적인 경제 여건이 악화하면서 매수심리가 극도로 위축돼 있기 때문이다.

올 상반기 주택 매수자들의 자금줄 역할을 했던 특례보금자리론 등 정책 대출은 이젠 더 이상 받기 어려워졌다. 집값이 6억원을 넘어도 신청할 수 있던 일반형 특례보금자리론은 지난달 27일 종료됐다. 특례보금자리론 등 정책대출은 약 41조7000억원이나 풀려 올 상반기 집값 반등의 원동력이 됐다.

다음 달엔 추가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규제 등 가계부채 규제 가능성이 커 대출은 더 어려워질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재국 금융연수권 겸임교수는 “대출 규제가 다시 강화되고 있고, 고금리 상황에서 집값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져 대출받아 집을 사려는 수요가 계속 줄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 남산에서 내려본 서울 아파트 밀집지역. [연합]

실제 시장엔 집을 팔려는 사람만 넘치고 있다. KB국민은행이 이달 13일 회원 중개업소 6000여곳을 상대로 집을 팔려는 매도자가 많은지, 집을 사려는 매수자가 많은지 물었더니, 서울 중개업자들은 75.5%가 ‘매도자 많음’이라고 답했다. ‘매수자 많음’이라고 응답한 사람은 1.6%밖에 안됐다.

매수자가 없으면 거래는 잘 성사되지 않는다. 시장엔 매물만 쌓인다. 부동산 빅데이터업체인 아실에 따르면 이달 초 서울 중개업소에 나온 아파트 매물 수는 2020년 9월 집계 시작 이래 가장 많은 8만여건을 기록했다. 현재도 서울 아파트 매물 수는 일간 기준 7만6000~7만9000건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연초 4만9000여채에서 3만건 수준이나 폭증했다.

거래가 줄고 매물이 쌓이면 집값은 하락할 수밖에 없다. 빨리 팔아야할 사정 있는 집주인이 견디지 못하고 가격을 낮추기 때문이다. KB국민은행 주간 아파트값 변동률 자료에 따르면 11월 둘째주(13일 기준) 서울 아파트값은 –0.01% 변동률을 기록해 15주만에 하락세로 돌아섰다.

향후 전망도 좋지 않다. ‘KB부동산 매매가격 전망지수’(이하 전망지수)에 고스란히 나타난다. 10월 수도권 전망지수는 98.5로 전월(108.0)까지 4개월 연속 100 이상에서 100 밑으로 빠졌다. 이 지수는 KB국민은행이 중개업소를 상대로 3개월 후 집값 전망을 물어 작성한다. 100 밑으로 떨어지면 ‘하락’이라고 응답한 사람이 ‘상승’이라고 답한 사람 보다 많아졌다는 의미다.

교보증권처럼 내년 서울 및 부동산 아파트값이 모두 평균 5% 이상 떨어질 것이라고 전망하는 곳도 나타났다. 집값이 많이 올랐던 2020년 전후 아파트를 많이 산 2030세대가 금리 부담을 견디지 못해 결국 시장에 급매물로 내놓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전문가들은 당장 매수세가 살아나기 힘든 상황이라고 진단한다. 시중은행 변동형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상단이 이미 7%를 넘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 움직임 등을 고려하면 당분간 금리가 내려오긴 힘들다.

물론 집값이 떨어질 요인만 있는 건 아니다. 기본적으로 내년엔 준공물량이 대폭 줄어든다.

부동산R114가 발표한 내년 서울 아파트 입주 물량은 1만921가구로 2000년 이후 가장 작다. 올해 4만가구(추정치)와 비교하면 3만가구 가까이 줄어든다.

전셋값이 계속 오르는 것도 집값 전망을 마냥 부정적으로 보기 힘든 근거다. 서울 아파트 전세값은 올 8월부터 상승하고 있는데 오름폭이 계속 커지고 있다. ‘앞으로 집값이 어떻게 될지 모르니 일단 대기하자’는 수요가 많기 때문이라는 게 중개업소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8월 이후 13주 연속 오르고 있다. 전셋값이 계속 오르면 ‘차리라 돈을 조금 더 보태 집을 사자’는 심리를 만든다.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정부가 부동산 수요 진작책을 내놓을 가능성도 있다. 정책 내용에 따라 수도권 인기지역 집값은 들썩일 가능성도 있다.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인한 분양가격 상승세도 집값엔 호재다. 분양가격이 오르면 기존 아파트값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연구위원은 “단기간 악재가 많아 거래가 줄고 가격도 약세를 띨 가능성이 크지만 향후 1~3%대 ‘신생아특례대출’도 대기중이고 여러 호재도 있다”면서 “지난해 같은 큰 폭의 가격 하락세보다는 ‘상저하고’ 박스권 장세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jumpcu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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