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좌초후, 소송전 끝낸 2018년 재개
[헤럴드경제=박일한 선임기자] ‘단군 이래 최대 프로젝트’. 2007년 서울시와 코레일(한국철도공사)이 ‘용산역세권 개발사업’을 시작했을 때 사람들은 그렇게 불렀다. 우리나라 역대 개발 프로젝트 중 가장 큰 31조원을 투입해 서울 중심부 한강변에 111층(620m) 높이의 건축물을 포함한 23개 초고층빌딩과 상업시설을 짓겠다는 계획은 사람들을 압도했다. 건축물 설계비용만 3000억원이 넘었다.
용산국제업무지구 계획은 2005년 1월 코레일이 출범하면서 받은 용산 철도정비창부지(37만2000㎡) 개발 사업에서 시작했다. 당시 코레일은 이 부지를 민간에 파는 대신 직접 개발하기로 한다. 그런데 2007년 오세훈 시장은 철도창부지와 한강 사이에 끼어 있는 서부이촌동과 통합개발을 하자고 제안한다. 부동산 시장이 활기를 띠었기 때문에 코레일도 반대할 이유가 없었다.
코레일은 2007년12월 ‘삼성물산 컨소시엄’과 사업협약을 체결하고 본격적인 사업을 시작했다. 컨소시엄은 드림허브PFV를 만들어 개발사업을 본격화했다. 하지만 개발방식과 사업비 마련을 놓고 땅주인인 코레일과 민간 건설사들은 계속 부딪혔다. 특히 2008년 터진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한 부동산 시장 침체는 상황을 더 악화시켰다.
코레일은 민간건설사에 지급보증을 통한 자본금 마련을 요구했지만 민간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2012년 취임한 정창영 코레일 사장은 서부이촌동을 분리 개발하고(단계 개발), 모든 출자사가 자본금을 증자해 사업비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간건설사들은 기존 계약을 깨는 것이라며 반발했고, 결국 타협점을 찾지 못했다.
자금난에 허덕이던 드림허브PFV는 2013년 3월 결국 은행권에 제때 돈을 갚지 못하면서 파산을 선언한다. 단군 이래 최대 개발 프로젝트는 그렇게 첫 삽도 뜨지 못한 채 6년 만에 무산됐다. 1조원이 넘었던 드림허브PFV의 자본금은 허공에 사라졌고, 사업에 참여했던 30여개 기업들은 책임 소재를 가리기 위한 소송전을 벌였다. 재산권 행사가 금지됐던 서부이촌동 주민들은 상처만 남았다. 이로 인해 용산국제업무지구 부지는 개발을 하려고 해도 개발할 수 없는 땅으로 남았다.
5일 서울시가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계획을 수립하고 2025년 착공을 목표로 본격적인 사업 추진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이날 오전 서울 용산구 용산국제업무지구 일대가 보이고 있다. 임세준 기자 |
그렇게 시간이 흘러 2018년 5월 코레일은 소송전을 모두 끝내고 정비창 부지에 대한 소유권을 다시 완전히 회복한다. 용산정비창 개발사업이 다시 불씨를 살릴 수 있게 된 것이다.
서울시는 그해 7월 용산 및 여의도개발 청사진을 발표하면서 철도창 개발 계획을 포함한다. 2019년 6월 용산정비창 개발 가이드라인 마련을 위한 용역을 시행하고, 2020년 12월엔 ‘용산정비창 개발 예비타당성 조사’를 끝냈다.
서울시는 2022년 7월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 구상’을 발표한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마침내 내년 하반기 기반시설 착공을 시작으로 2030년 입주하는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계획안’이 나오게 됐다.
서울시와 코레일이 이번에 추진하는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 사업은 여러모로 10여년 전 처음 개발을 추진했던 때와 닮았다. 개발 사업을 처음 시작할 때 부동산 시장이 활기를 띠다가, 본격화하는 시점에 경기 침체가 심화한다는 차원에서 그렇다. 지금 건설업계는 최악의 PF(프로젝트 파이낸싱) 위기로 대형 건설사도 무너질 수 있다는 공포가 확산되는 중이다.
민간이 주도하던 과거와 달리 공공이 100%(코레일 70%, SH공사 30%) 지분을 가지고 사업을 시행한다는 점과, 이번엔 서부이촌동을 제외하고 개발한다는 점도 과거와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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