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사는 시큰둥…조합들은 눈높이 ↑
서울 일대 아파트와 빌딩들. 임세준 기자 |
[헤럴드경제=고은결 기자] 최근 재건축, 리모델링 등 도심정비사업 수주전이 시들하며 조합들이 사업 추진에 애를 먹고 있다. 부동산 시장이 가라앉으며 건설사는 소극적으로 나서는 반면,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부실 위기 등으로 조합들은 ‘1군 건설사’를 선호하는 현상이 강해져 눈높이가 맞지 않는 분위기다.
3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강남구 삼성동 서광아파트 리모델링 조합은 지난달 시공자 선정을 위해 입찰설명회 참석을 조건으로 제한경쟁입찰을 공고했다. 그러나 현장설명회에 2개사만 참여하며, 3개사 미만 입찰로 자동 유찰돼 재공고에 나섰다. 제한경쟁 입찰 시 시공능력평가액·신용평가등급 등으로 자격을 제한하는데, 해당 조합은 시공사 자격 조건이 한국신용평가 회사채 신용등급 ‘AA-’ 이상으로 제한돼 있다. 이에 참여할 수 있는 시공사는 제한적인데, 최근 도심 정비사업에 대한 열기는 사그라들어 강남 역세권 단지마저 입찰 경쟁이 뜨겁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리모델링 사업은 물론, 단지 규모가 더 큰 재건축·재개발 사업의 사정도 마찬가지다. 서울 송파구 잠실우성4차아파트 재건축 조합은 지난달 29일 시공자 선정을 위한 3차 입찰공고를 냈다. 앞서 조합은 공사비 3.3㎡당(평당) 760만원 조건에 두 차례 유찰되자 공사비를 810만원으로 올려 재공고했다. 서울 서초구 신반포27차 재건축 조합도 지난달 26일 지난 26일 기존 3.3㎡당 공사비 908만원에서 958만원으로 증액해 시공사 입찰 공고를 냈다.
시공사 찾기 재도전이 잇따르는 가운데, 조합과 건설사 간 간극이 커지며 사업 추진이 어렵다는 분석도 나온다. 조합들 사이에선 갈수록 신용도·브랜드 가치가 뛰어난 유력 건설사를 우선시할 수밖에 없다. 가뜩이나 부동산 경기가 나빠지며 재산 가치를 결정 짓는 아파트 브랜드가 중요해졌는데, 최근 태영건설발(發) 부동산 PF 위기가 불거지며 이런 분위기에 불을 지폈다. 자칫 시공사가 부도 위기에 빠지면 사업이 중단되거나 좌초될 수 있단 우려가 커져, 1군 건설사가 아니면 조합 눈높이에 차지 않는 것이다. 더구나 금융권에서도 부동산 PF 우려에 대출 문턱을 더욱 높였고, 건설사 신용등급에 따라 사업비 대출 규모나 대출 이자율 등이 결정되는데 이는 분담금 문제와도 직결된다.
다만 시공사들은 고금리에 자금이 말라붙고, 공사비는 하루가 다르게 치솟아 몸을 사리고 있는 분위기다. 이러다 보니 건설사들의 수주액은 줄고 있다. 대한건설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민간부문 국내 건설 수주액은 13조7843억원으로 전년 동월 대비 22.7% 감소했다. 재건축·재개발 등을 중심으로 줄어든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고금리가 이어지는한 정비사업 수주 환경은 좋지 않을 것으로 분석된다. 당분간 한강변 최상위 입지 등 일부 지역을 제외하면 선별 수주 기조는 더욱 극심해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건설사 입장에선 사업 시행자 측에서 제시하는 공사비가 적정치 않거나, 사업 불확실성이 크다 보니 소극적으로 나서는 것”이라며 “당분간 도심정비사업이 활성화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일 것”이라고 말했다.
keg@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