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차 2법·실거주 의무 폐지 등 어려울 듯
재건축 패스트트랙·리츠 세제지원 불투명
“핵심은 법 개정 문제, 야당 설득 쉽지 않아”
[헤럴드경제=고은결 기자] 4·10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이 단독으로 과반 의석을 확보해 압승을 거두면서 규제 완화를 적극적으로 펼쳐온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급제동이 걸릴 전망이다. 재건축 규제 손질, 다주택자 세금 부담 완화 등이 모두 법 개정이 뒷받침돼야 하는 상황에서 여야의 온도 차가 커 국회의 협조 없이는 정책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윤석열 정부는 2022년 5월 출범 이후 적극적인 부동산 규제 완화 기조를 내세워 왔다. 임대차시장 안정 부동산 정상화 과제(2022년 6월), 국민 주거안정 실현방안 270만가구 공급(8월), 재건축부담금 합리화방안(9월), 재건축안전진단 합리화방안(12월), 주택공급 확대 및 건설경기 보완방안(2024년 1월), 건설경기 회복 지원방안(3월) 등의 대책을 연이어 발표해 왔다. 최근에도 20여차례의 민생토론회를 진행하며 각종 부동산 정책 변화를 예고한 바 있다. 그러나 22대 국회에서도 ‘여소야대’ 지형이 유지되면서, 정부가 내놓은 굵직한 정책들은 야당의 동의를 얻어야할 운명에 처하게 됐다.
최근 윤석열 대통령이 민생토론회에서 공언한 ‘공시가격 현실화 로드맵’의 전면 폐기는 급제동이 걸릴 전망이다. 이 로드맵은 2035년까지 공시가격을 시세의 90% 수준으로 끌어올려, 시장 안정화 수단으로 활용하겠단 계획이다. 문재인 정부의 대표적인 부동산 정책으로 꼽힌다. 이에 대해 현 정부는 인위적인 현실화율 인상으로 집값을 안정시키려는 것은 옳지 않다고 판단하며 폐기를 공언해 왔다. 이를 폐지해 과도한 보유세 등 국민 부담을 줄이겠다고 했다. 하지만 이는 부동산공시법, 지방세법 등을 개정해야 하는데 여소야대 국면을 유지하게 되며 국회 문턱을 넘기 어려울 것으로 관측된다.
또한 여당은 지난 정부에서 도입한 임대차 3법 중 계약갱신청구권과 전·월세상한제에 대한 임대차 2법 일괄 폐지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런 정책들이 전세 가격 급등, 전세사기 피해로 이어졌다고 판단해서다. 다만 헌법재판소가 임대차 2법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내려 이미 폐지 명분이 약해진 데다, 국회 구조가 유지되며 법 개정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한시 배제, 분양가 상한제 실거주 의무 유예 등도 임시 땜질 처방의 수준을 벗어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은 올해 초 다주택자에 대한 중과세는 ‘징벌적 과세’라며 철폐를 선언한 바 있다. 취득세와 양도소득세, 종합부동산세(종부세) 등 다주택자 규제를 일제히 풀겠다고 했다. 하지만 이 또한 세율이 관건이라 법 개정이 필요하다. 그러나 야당은 다주택자 중과세 폐지가 부자감세 정책이라고 거세게 비판해, 법 개정 합의는 쉽게 이뤄지지 않을 전망이다.
주택 법을 개정해야 하는 분양가상한제 주택 실거주 의무 폐지 또한 여야 간 대치 국면 속에 결국 3년 유예라는 ‘반쪽짜리 정책’의 현수준에서 진전을 못볼 것으로 보인다. 현 정부는 2022년 하반기 부동산 시장이 얼어붙자 작년 1월 실거주 의무 폐지를 약속했는데, 법 개정에 실패하며 정부 발표 이후 1년 넘게 실행되지 못하고 있다.
서울 주택 단지 모습. 임세준 기자 |
‘재건축 패스트트랙’ 또한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 앞서 정부는 ‘1·10 부동산 대책’을 통해 재건축 연한 30년을 채운 아파트는 안전진단 없이 바로 추진위를 구성해 재건축에 착수할 수 있게 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13~15년 걸리는 재건축을 3년 정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해 왔다. 이 또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이 개정돼야 한다. 재건축은 사업성이 최근 크게 악화돼 있는데 또 다른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최근 정부에서 군불을 땐 ‘재건축 초과이익 부담금 폐지’ 논의에도 힘이 빠질 것으로 보인다. 앞서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 2일 기자간담회에서 “재초환을 완전히 없앨지 추가 완화할지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고, 여당 후보들도 재초환 폐지를 잇따라 언급한 바 있다. 그러나 초과이익 환수에 대한 의견이 여야 간 첨예해 폐지는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미분양 매입용 기업구조조정(CR) 리츠 세제 지원 또한 불투명해졌다. 앞서 국토부는 지난달 발표한 ‘건설경기 회복 지원 방안’의 일환으로 연내 CR 리츠를 재도입하기로 했다. 지방 미분양 주택을 줄여 건설사·시행사의 숨통을 틔워주기 위해서다. 다만 이를 위해선 민간임대주택특별법 개정이 필요하다. 현행법에선 리츠가 임대 목적으로 미분양 주택을 매입할 경우 임대등록이 안 돼 종부세 합산 배제, 취득세 감면 등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없다.
결국 현 정부 주요 부동산 정책은 당분간 공전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정책적 효과를 발휘하기 위해선 야당과의 협치가 선행돼야 할 것이란 지적이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한국부동산경영학회 회장)는 “정부가 부동산 경기의 연착륙 및 활성화를 위해 여러 정책을 내놨지만 사실 핵심은 법 개정 문제”라며 “그러나 야당 설득이 쉽지 않아 기존 정책을 통한 지원 확대, 야당과 국민을 설득하는 더 큰 노력이 필요해졌다”고 말했다.
한편 여야가 이구동성으로 강조한 ‘철도 지하화’ 등은 장기적 과제로 진행될 전망이다. 더불어민주당이 내놓은 ‘기본주택 100만호’ 등 공약을 감안하면, 향후 주택 공급에선 임대주택 확대에 힘이 실릴 전망이다. 또한 민주당이 역점을 둔 임대차 보호 관련 법 개정이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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