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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대 넘나들며 만난 두 조각가의 ‘기묘한 동거’ [요즘 전시]
조각가 문신·권오상 2인전
문 작가 작품 오마주·재해석
서울 종로구 아라리오갤러리에서 열린 권오상과 문신 2인전 ‘깎아 들어가고, 붙여나가는’ 전시 전경. 문신의 조각 1995년작 ‘무제3’(가장 왼쪽)와 문신 작가를 오마주한 권오상 작가의 신작 ‘권오상 조각 스튜디오를 비추는 문신’ 작품(가운데)이 전시돼 있다. [아라리오갤러리]

[헤럴드경제=이정아 기자] “이번 전시, 저 작품에서 영감을 받았어요.”

그가 가리킨 것은 ‘한국 1세대 조각가’이자 거장으로 꼽히는 작가 문신(1922~1955)의 ‘무제3’. 작가 특유의 대칭과 비대칭이 미묘하게 공존하는 완전한 추상조각이다. 단단한 스테인리스 스틸로 제작된 조형물인데도 전체적인 모습은 역동적인 자연의 형상을 연상케 하는 기이한 모습이다. 한 마디로 굉장히 ‘문신다운’ 조각이라는 의미다.

그런데 그 옆에는 ‘사진 조각’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개척한 권오상(50)의 기묘한 작품이 서 있다. 고개가 갸우뚱해진다. 딱 봐도 문신의 조각을 떠올리게 하는 형상 위에 난데없이 조각조각 오려낸 사진들이 붙어 코팅돼 있어서다. 대상의 모든 면을 사진으로 찍고, 인화된 사진을 오려붙여 입체처럼 만든 사진 조각, 사실은 권 작가의 트레이드 마크다.

서로 다른 시대를 산 한국의 두 조각가가 엇갈리며 교차하는 전시가 열렸다. 서울 종로구 소재 아라리오갤러리에서 진행 중인 권오상과 문신 2인전 ‘깎아 들어가고, 붙여나가는’이다. 이번 전시에서 권 작가는 문신의 작품을 오마주하고 재해석했다. 전시장에서 만난 그는 “헤럴드옥션 광교센터 뷰잉룸에서 문신의 작품을 본 것이 계기가 됐다”고 설명했다. 아라리오 개인전을 준비하던 권 작가가 갤러리에 문신과 2인전을 제안하게 된 배경이다.

권오상, 권오상 조각 스튜디오를 비추는 문신, 2024, 아카이벌 피그먼트 프린트, 혼합매체.

두 사람의 교류를 느낄 수 있는 대표작은 바로 문신의 조각 옆에 놓인 권 작가의 신작 ‘권오상 조각 스튜디오를 비추는 문신’이다. 문신의 철제 작품을 만든 뒤 이 조각의 매끈한 표면에 거울처럼 비친 권 작가의 작업실 전경 사진들을 이어 붙인 조각이다. 개인적이고 구체적인 공간으로 발화한 실재 이미지들이 문신의 추상 조각을 완전히 감싸 안은 형상이 독특하다. 좌우 대칭의 유선형에 흐르는 문신만의 리듬 위에서 권 작가 특유의 ‘가벼운 조각’이 여러 층위로 횡단하는 듯 보인다. 권 작가는 “사진을 촬영할 때 사용하는 카메라 안에는 거울이 존재한다”며 “거울처럼 제 스튜디오를 비추는 문신의 조각을 통해, 제 작업실에 방문한 문신의 혼을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1960년대 ‘인간이 살 수 있는 조각’이라는 주제로 문신이 고안한 드로잉 옆에도 권 작가의 ‘조각적인 가구’ 시리즈가 놓였다. 순수미술이 추구하는 조형미와 만난 소파와 조명이 눈길을 끈다. 권 작가는 “기본 조형에서 시작해 형태를 만들어내는 문신의 드로잉이 가구 조각으로도 확장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이번 전시에서는 와상과 두상 형태로 처음 선보이는 권 작가의 사진 조각도 만날 수 있다. 2005년에 제작한 사진 조각을 3D(차원)로 스캔해 브론즈로 재해석한 작품이다. 특히 권 작가가 “공기의 흐름”이라고 일컫는 조각 곳곳의 다양한 구멍에 집중해 사유하는 것도 작품을 감상하는 재미 중 하나다.

전시는 6월 22일까지.

dsu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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